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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Oct 13. 2017

말의 찌꺼기를 걷어내라.

말의 찌꺼기를 걷어내라. 


#.감탄사 난발 


우~와!!!

와~~~~!!! 

네~~에, 네~~~에, 네~~~에


옆 사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 허리를 잘라 먹는다. 또는 말 끝나기가 무섭게 네~~!! 네~~~!!!대답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완전 인공지능이다. 자동 반사다. 선배의 모든 문장에  무조건 감탄사로 분칠 한다. 아니, 떡칠을 한다. 

땡그란 두 눈으로 ' 내가 뭘 잘못했어요?' 라는 저 표정..... 

"선배님 저, 잘 못했어요? " " 응, 너 잘못했어"

"00야, 지금 너무 감탄사가 심해. 너, 방청객이니? 넌 쇼핑호스트야."

"방청객이 우와~~~ 네에~~~!! 하는 것도 못들어 주겠는데, 너 지금 호스트가 방청객처럼 대답하고 있잖아."

"선배님 말씀하시는데, 잘 보필하려고 그러는거죠."

"진짜 도와주려면 영혼없는 감탄사를 버려~~!! 맞장구를 치는 것과 영혼 없는 리액션은 완전 다른거야."


자, 다시 고객의 관점으로 돌아가자. 

우린 지금 티비 앞에서,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는 '고객'이다. 조용한 거실에서 티비 속 호스트들을 보고 있는데, 무슨 말만 하면 옆에서 네~~~에 네~~에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떤가? 집중이 되는가? 

진짜 우~~와 라고 감탄사가 나오게 할 대상은 집에서 시청중인  '고객'인데, 맞아요. 그래요. 정말 그러네요 라고 대답할 사람은 '고객'이다.

보조 진행자가 모든 대답을 다 해버리면 정작, 고객이 느낄 시간, 감탄할 시간을 빼앗는 거다. 

모든 결정은 '고객'이 하는 거다. 맞다고 생각하던, 그르다고 결정하던 고객이 하는 거고. 우와 좋다. 우와 별로다 라고 느끼는 것도 고객 몫이다.

그 결정을 가장 편안한 상태로 할 수 있게, 감탄하고 놀랄 수 있게 '시간'을 드려야 한다. 

맞장구를 치는 것과  영혼없는 리액션은 완전 다른 말이다. 옆에서 진짜 좋아서 우와 할 수 있다. 그 감탄사는 '진짜' 좋을 때, 정말 자연스럽게 나와야 된다. 해야 될 것 같아서, 뭔가 분위기를 띄워야 될 것 같아서, 일단 입은 떼고 봐야 할 것 같아 '감탄사'를 남발하는 건 안하느니 못하다. 


가장 곤란한 것은 모든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알랭

생각을 하고 말하는 건지, 정말 그렇게 느껴서 그러한 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차례다. 당신의 감탄사에는 진심이 들어 있는가. 



#.어투와 쪼 


흔히, 방송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쪼'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일종의 은어다.

말의 쪼가 있다는 건, 간단히 얘기하면 어투가 어색한 상태다. 

문장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할 곳에 힘이 들어가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성조와 어투를 가진 상태를 말한다. 이는 사투리와 다르다. 

말에는 음율이 있다. 예를 들어,판촉 행사를 나온 나레이터 모델들의 말투를 기억하는가? 하나같이 굉장히 높은 고음으로 말끝을 올려서 처리한다. 

보통 우리는 평서문은 아래로 내려서 매듭짓고, 의문문은 위로 살짝 올려서 끝내는 형태로 말한다.  일반적이지 않게 강조 단어를 너무 저음으로 말하거나, 너무 고음으로 말해서 단어가 도드라지게 튀게 들린다. 또는 단어를 고무줄처럼 늘려서, 길게 소리나게 만들면서 살짝씩 버퍼링 걸린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레이터 모델들의  '쪼'는 대부분의 문장의 끝처리를 고음으로 끝낸다.

안녕하십니까 ~~아 ↗ ( 올라간다 올라간다.) 

오늘 저희가 아~~~~아 ↗↗( 단어 끝을 엿가락 늘어 뜨리듯이 쭈욱 늘리기도 한다.) 준비한, 상품은 진↗짜↘ 보시면 깜↗↗↗( 여기에 감정싣고 톤을 높여 )짝↗(심지어 목소리에 살짝 이탈음이 생기면서) 놀라실..... (듣고 있으면 우리가 더 놀란다. 하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서) 


문장 속에 잔파도와 거친파도가 너무 많이, 너무 자주 사용된다. 파도타기 많이 하면 듣는 우리 멀미한다. 

말에는 음율이 있다. 하지만 항상 클라이막스로만 치닫는 음악은 불안을 고조시킨다. 높은 음에서 시작하고, 강조 포인트에 고음과 저음이 너무 잦게 섞이거나 어색한 자리에 고음을 쓰는 경우, 그 말은 잘 들리는 말이 아니라, 거슬리는 찌꺼기가 된다. 커피 찌꺼기는 탈취제로도 쓰지, 말찌꺼기는 도통 쓸데가 없다. 그대의 말을 탁하게 만들 뿐이다. 


#.습관어


어.......

그러니깐....... 사실은......... 

아....  제가 말입니다. 

솔직히....

그게 아니라......


말의 각질이 많이 붙으면, 본 말의 속살을 가리게 된다. 또 음....... 저기....... 그러니깐.... 이라는 말은 자신감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는 듣는 이를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 14년 동안 그랬다. 웬만하면 그날 방송은 그날 모니터링을 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 방송 도저히 못보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도저히 못보겠다는 걸 보면서, 나에게 자문한다. 저기서, 왜 저렇게 얘기했지? 에이 저건.... 너무 급했네.  아, 좀 더 잘 할 걸.....

매 방송 100%로 만족할 수 없다. 모니터링을 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그 다음 방송에는 오늘 내가 '별로'였다고 생각했던 말, 속도, 습관어, 말투를 하나씩 고치려고 애쓴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 되도록, 오늘보다 내일이 더 잘 되게 말이다. 

습관어도, 내가 습관어가 있는지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본인의 방송을 스스로 모니터링 하고, 선배들의 도움을 구하라. 옆에서 객관적으로 나를 봐주는 것과 내가 나를 평가하는 건 차이가 있다. 말의 찌꺼기들을 매일 조금씩 뜰 채로 걷어 내보자. 매일 하다보면, 누구나 깨끗하고 맑은 말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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