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부터 GS홈쇼핑(GS샵)을 거쳐 지금 SK 스토아에서 쇼호스트로 일하면서 쇼호스트 타이틀을 달고 일한 세월이 벌써 17년.
그간 내 방송 역사에 나와 함께 했던 수 많은 피디 중에는
평생 함께하고픈 피디와 평생 피하고 싶은 피디가 있다.
평생. 함께 하고 픈 피디들.
나의 비타민 같은 피디들
난 그들이 있어 방송 할 맛이 난다.
평생 같이 할 피디 유형
같이 일하고 싶은 피디들은 한결같이 쇼호스트를 믿어주고 본인이 원하는 방송 방향을 깊이 공유한다.
이들의 특징은 정말 상품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하니깐 더 잘하고 싶고 본인이 풀고 싶은 방송 포인트를 진행자와 깊이 나누고 싶어한다.
그리고 인간적이다.그래서 좋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인격적으로 존중해준다. 그런 피디와 일하면 내가 더 준비해서 더 맞춰 주고 싶어진다.
대화가 많아지고 상품고민을 더 하게 되고 호흡을 많이 맞추니 방송은 늘 탄탄하고 재밌다.
내가 연차가 어렸을 때
모 피디 선배는 나를 백화점 시장 조사부터 같이 동행해 주셨고,트랜드 보는 법 방송에 임하는 자세 상품 보는 노하우등 끊임 없이 나를 가르치셨다.그때는 버거웠지만 호스트를 믿고 묵묵히 성장하기를 응원하신거였다. 그런 피디는 평생 스승이다.
쇼호스트로 그런 피디를 만난다는건 복이다.
또 좋은 후배 피디들도 많다. 그들에게서 젊은이의 열정과 시대별 다양한 생각을 얻어갈 수 있다.지금은 내가 연차가 많아 어린 후배 피디들과 일을 많이 한다. 가끔 그들에게 부탁한다.
"선배가 선배라고 꼰대처럼 굴면 얘기해줘.
니네가 내가 바른길로 가도록 지적을 해줘야 내가 안 망해."
나도 모르게 올드한 스타일로 방송하거나, 피디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피디가 나에게만 맞춰주기 바라는건 아닌지 자주 돌아봐야 한다.
늘 말하지만 좋은 호스트가 좋은 피디를 만들고 좋은 피디가 좋은 호스트를 만들기 때문이다.
같이 성장하는거다.
난 살면서 좋은 피디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도 넘 좋은 피디들과 일하고 있다.
반면 피하고 싶은 피디 유형은~~
지금은 많은 피디들이 그렇지 않지만 정말 라떼시절엔~~
밤 늦게 술자리에 부르는 피디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시츄에이션이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 이상하지 않은 문화였다.
새벽 두 세시까지 술시중을 들면서도, 원래 이런곳이 방송사고 원래 이게 문화인가보다라고 그누구도 딱히 반기를 들지 않았고 감히 반기를 들지 못했던 세월이 제법 길었다. 그리고 늘 약자였던 신입 또는 연차 어린 호스트들은 불편하고 힘든 술자리에 자주 호출되었다는거.
또 몇 몇 피디들은 일부러 군기 잡는다며 옥상에 끌고 간다거나, (십년전에 그랬다 ㅜ)이어피스(귓속에 장치 피디와 연결 이어폰)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또는 호스트 멘트 중에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끊임 없이 호스트 멘트 중에 자기가 원하는 바를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사실 호스트 멘트 중에 계속 디렉션을 주면 멘트도 엉망이 되지만 피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성이 풀릴 때까지 귀에 대고 이래라저래라 떠든다. 이건 똑똑한 피디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 내가 다니는 이곳은 이런 피디는 없다.
하지만 타사에 있는 호스트 후배들에게 심심치 않게 이어피스테러 피디의 존재를 확인 하곤 한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대로 다 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진행자 멘탈을 흔들어놓으면서 자신의 방송을 망치고 있다. 그걸 모른다.
생방송은 모두가 초긴장 상태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이다.내가 하는 작은 실수 하나에 몇 천만원 몇 억이 날아갈 수 있기때문에 다들 예민하다. 홈쇼핑은 분당 매출로 계산하기 때문에 일분도 허투로 버릴 수 없다. 일분에 몇백 또는 몇 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기에 일초도 버릴 수 없다. 아깝다. 안다. 이해한다.
때로는 여러분이 감정 조절 안 되는 분노장애 피디를 만날 수도 있다. 방송 중에도 소리를 지르거나, 모든 스텝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거나 방송 종료 후 리뷰 시간에 인민재판 하듯 방송의 부진 요인을 호스트에게 다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정말 함께 하고 싶지 않은 피디다.
피디의 자질은 마케팅 능력 플러스 협업능력이다.
여러 스텝과 쇼호스트를 얼마나 잘 이끄느냐에 있다. 일을 시키는게 아니라 일을 하게 만드는거. 더 잘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