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은정쇼호스트 Sep 29. 2020

나에게 맞는 홈쇼핑 찾기

쇼호스트로 행복할 수 있는 회사는 따로 있다!

<여기 다 모였네~~GS 후배님들 ~♡

차광염 호스트님 강부자 선생님 송유라 호스트님 그리고 유은정 쇼호스트 (나)>


쇼호스트 18년 차 오래도 했다.

아픈 줄도 모르고 병든 줄도 모르고 그렇게 참 많은 시간을 나를 잃어 가며 방송했었다.


홈쇼핑은 크게 두 분류

라이브 홈쇼핑-GS Shop, CJ O 쇼핑, 롯데, 현대 등

티커머스 홈쇼핑 (녹화)-SK Stoa , 신세계, k쇼핑 등

약 17개 정도의 채널이 존재한다.


특히 라이브 홈쇼핑의 경우 새벽 4시부터 준비 시작 그다음 날 새벽 두 시에 끝나는 구조라 거의 24시간 셔터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주말은 물론 휴일도 따로 없지, 밤과 낮이 늘 바뀌어 방송하니 매일 매주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회사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정신은 피폐해져 갔다.

인간에게 가장 사악한 존재가 인간이라 했던가

우리 모두가 피곤에 쩔어 민감한 생방송을 하루에도 몇 번씩 처내니 다들 마음은 뾰족하고 서로가 서로를 품어줄 마음의 여백은 전혀 없었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방송하고 회사에서 자고 다시 방송하고 회사에서 씻고 ~~~ 집보다 회사가 더 집인 양 거의 살다시피 했던 세월이 14년 이상 이어졌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 보니 숙직실, 식당, 샤워장 등등 집에 며칠 씩 안 가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다 겸비되긴 했다. 야식도 밤 열 시까지 먹을 수 있게 구내식당이 열려 있었다.

 CJ O쇼핑은 회사 내 병원을 만들어 아예 진료를 받게 했으니, 아파도 밖에 나갈 시간 조차 없었던 우린 회사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회사는 나의 삶의 전부이자 내 인생 대부분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4년 전

7살 딸아이는 입버릇처럼 엄마 회사 안 가면 안돼. 제발 가지 마라며 수시로 서글프게 울었고, 애가 잘 때 나오고 잘 때 들어가는 삶의 패턴은 졸지에 딸아이를 엄마 없는 외톨이로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되었으니 그곳이 바로 내가 지금 일하는 SK스토아다.

회사의 이름이 정해지지도 어떤 방향으로 갈는지도 뭔가 뾰족하게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9 to6와 주말 휴일 보장이라는 말에 깊은 고민 없이 오래 머문 라이브를 떠났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잘한 결정.


오랫동안 달고 살았던 만성 두통과 가슴 떨림. 피곤 짜증이 출근 몇 주가 안 되어 거짓말처럼 깨끗이 나았다.


해 뜨면 출근, 해 지면 퇴근하는 남들이 누리는 이 일상이 주말이면 아이와 여행을 가는 평범한 일상이 나에겐 너무 먼 이야기였는데 SK Stoa에서 방송하면서 '워라밸'을 제대로 찾았다.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선배님 SK 어때요?

 라고 자주 묻는다.

너네 정신병 나으려면 티컴으로 와~~~

그럼 다들 끄덕끄덕 그렇죠. 정신병 나아야죠 라고 답한다.


티컴의 장점은 앞으로도 하나씩 풀겠지만, 쇼호스트 입장에서 특히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쇼호스트라면 난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결국 방송 퀄리티를 높이는 것도 쇼호스트가 정서적으로 평안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니깐~~


24시간 회사에 저당 잡힌 시간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없어지는 '나의 소멸'을 겪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내가 서서히 없어지는  '자기 소멸'을 오래 겪다 보면 우린 모두 병든다.

내가 라이브 홈쇼핑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난 소멸 중이었고 건강하지 못했으며 늘 날카로웠다.


절대적 수면 부족과 시간당 수십억이 오고 가는 매출에 늘 민감하고 사람이 미웠고 사람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닐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때 나는 마음의 여백이 전혀 없었다.

 내 인생에 회사만 있고 '내'가 없었기에 난 온전히 방송을 즐길 수 없었다.


<'일'에 집중할 시간과 '나'에 집중할 시간은 엄연히 나눠져야 한다.>


15년을 라이브 홈쇼핑 GS샵에서 20대와 30대를 보냈었고

삼십 대 후반부터 마흔 하나인 지금 까지 삼 년 넘는 시간을

SK 스토아에서 방송하면서 나는 완전 다른 라이프를 살고 있다.

볕이 풍부한 평일에만 일하고 어둡기 전에 무조건 집에 가서 가족과 따뜻한 저녁을 먹고 주말과 휴일엔 등산과 여행을 즐긴다.


라이브 홈쇼핑의 경험도 물론 너무 갚지다.

But~!!!!

새로운 티커머스 회사가 너무 궁금하다면 도전해보시길~~!

나도 살고 회사도 살고, 나도 행복하고 회사도 행복한~~

그게 지속 가능한 일터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홈쇼핑 쇼호스트가 원하는 피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