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해봤을 생각들
두 집단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어떤 이들은 높은 곳을 향해 달린다. 계속 달려 나간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삶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높은 곳보다 옆을 본다. 내가 있는 곳에서의 행복을 찾는다. 위로 올라가는 건 중요치 않다.
두 집단은 서로의 집단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부러워한다. 나의 언니와 내가 그렇다.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다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서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급성장을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 덕이라고.
뉴스에 지하철 출근길 행렬이 보도될 때 난 가슴이 뛰었다.
'저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구나. 나도 저곳에 가야겠다.'
내가 가진 나의 기억 속에서의 최초의 목표의식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가지게 된 내가 갖고 싶은 직업이라거나 대학교 전공, 생활 모두는 결국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한 길 위에 있었다.
어쨌든 마침내 나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 노력의 결과로 오랫동안 되고 싶었던 직업도 갖게 되었다.
그럼 나는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왜 행복하다 외칠 수 없는가?
계속 스스로 되물었던 질문에 답을 내린 건
나는 '서울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높은 곳에 가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러니 서울에 오니 서울 안에서 높은 곳을 또 찾고 있더라.
반면,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종종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은 많이 버는 게 중요하지 않다 말한다.
서울은 복잡하니 지방 어느 한적한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는 게 꿈이라 말한다.
그래서 여유로운 유럽도 가고 싶고,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꾸리고 싶어 하기도 한다.
여행객들의 조식을 챙겨주고 싶다고 했다.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언니가 행복이라 말하는 것이 나에게도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위로 올라가려고, 돈을 벌어 좋은 집에 살려고 아등바등 사느라 행복하지 못한 거라면?
모두 내려놓고 너도 한적한 곳에서 소소하게 살며 여유 있는 생활을 누려보는 건?
잠깐 상상을 해보았다. 바쁘지 않아도 되고, 먼저 처리해야 할 일 순서대로 투두 리스트를 적지 않아도 되며
월세를 벌기 위해 프리뷰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선택을 할래?
답은 아니었다. 사실 그런 여유도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며 여유를 갖는 건, 바쁜 나의 일상 속에 한두 번이면 족하다.
우리나라도 마치 유럽처럼 일하기 위한 삶에서 삶을 위한 일로 바뀌어가고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나도 이직을 했다. 나를 더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건 더 높이 가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어렵더라도 나의 노력으로 더 높이 갈 수 있는 길 위에 나를 올려놓는 게 중요했다.
멀지만 어떻게든 그 위에 있어보는 게 중요하므로.
그래서 세상 모든 이들은 어쨌든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인생을 설계할 때 높이가 중요한 사람과 넓이가 중요한 사람
어느 곳에 비중을 두고 살아가느냐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만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