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도대체 어떤 길을 걸었기에 이렇게 됐나
역시, 나도, 다를 바 없이 서른이 되었다.
누구는 빛나는 시절이 끝났다 말했고, 누구는 진정한 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손뼉 쳐주었다.
‘서른은 어때야 한다’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아직 개개인이 느끼는 '서른의 자격'은 아직 선명하게 존재한다.
29.9999. 2020년 12월 31일, 그저 격동의 10년을 잘도 버텨냈다고 스스로 박수 쳐주었다.
나의 2n 년을 돌아보니 나는 어떤 나무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뿌리를 얼마큼 내려야 할지 모른 채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렇게 공중에 떠있으면서 중심을 잡아야 된다고 온갖 힘을 썼으니 말 그대로 힘써 버틴 10년이었다.
그렇게 나이는 가만히 버티니 찼다.
난 글을 쓰고 영상을 새롭게 구성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러니까 글을 써서 돈을 번다.
직업 특성상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주로 맡았던 이야기는 주로, 사건이거나 정보가 가득 차 있는 쪽이었다.
이 업에 종사하는 5년 내내 나의 부족함을 느낀 부분은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특히나 부족을 느꼈던 분야는 우리나라의 역사였다.
다 지난 일을 왜 깊이 알아야 하냐 생각하겠지만 꼭 알아야 했다.
지난 일이 아니고 앞으로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진보, 보수 지지파들은 왜 세대로, 지역으로 나뉘는지, 그러다가 위기의 순간이 오면 하나로 똘똘 뭉쳐 싸우는 용기는 다들 어디서 나는지. 우리 집은 왜 서울에 집 한 채가 없는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분명히 앞날이 걸린 공부임에 틀림없었다.
꼭 해야 하는 숙제를 10년간 미루다 이제야 책상 앞에 앉은 기분이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하게 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늦지 않았길 바란다.
이 공부는 스펙을 위해서 자격증을 취득한다거나 어떤 문제의 정답 맞히기 위함이 아니라 최대한 재밌게 공부해야 했다.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내 맘대로 정한 공부 방식은 이러했다. 개인적으로 ‘생각의 짜임’이 부러운 유시민 작가의 책 <나의 한국 현대사>와 MBC <선을 넘는 녀석들> (전문가의 자질 문제도 있었지만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면서 볼 것이고, 영상 시각 자료와 시간의 흐름 파악엔 도움이 됐다.) 그리고 구글링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부터 현대사 타임라인을 따라갔다.
앞으로 조금씩 기억해야 하는 순간들을 기억해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