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부 Feb 20. 2018

[육아일기] 아기가 내게 오고 난 후 8화

드디어 만나다





  


                                                  

진통의 느낌은 마치 주기적으로

볼링공이 몸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는 점점 세졌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속으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단계에서
신음을 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느낌에
신랑에게 아기가 나올 거 같다고,
의사선생님을 빨리 불러달라고 했다.

담당선생님은 아직 출근 전이라
당직선생님이 오셨는데,
내진을 해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은...
자궁문이 아직 1cm 밖에 안열렸다는!!
체감상 느낌은 5~6cm였는데
1cm 라면 정말 초기 중의 초기인데..

그 후 들어오신 간호선생님은
입원을 너무 일찍 한 거 같다고,
진통주기가 5분 주기가 아니라
3분 정도 되었을때 오는 게 낫다 하셨다.
아까 나를 보자마자 입원하라고 하신
간호선생님은 당직 후 퇴근하셨는지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신음에서 간간이 으!아!하는
소리가 세어나오는 상태가 되어
이정도면 3cm 정도 된 거 같아
의사선생님을 급히 또 불렀는데
이번에는 담당선생님이 오셔서
내진해주신 결과
...아직 2cm 였다는...
의사선생님은 한참 멀었다며
웃으며 나가셨는데
이렇게 아픈데 한참 멀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ㅠㅠ

그 상태에서 10시간이 흘렀는데
중간중간 들어오신 간호선생님들은
옆에 있는 진통단계 보여주는 기계를 보시고
내진을 아예 할 생각조차 않으셨다는..
그러면서 정말 신기하게
내 진통 주기가 꾸준하다고;
남들은 갑자기 빨라지거나 하는데
나는 약하고 길게~~오래 간다고
신기하다고 하시며 나가셨다..

그렇게 몸안에 볼링공이
나오려고 몸을 밀어내는 아픔을
꾸준히 10시간 동안 느낀...
그동안 촉진제,유도제 이야기가 나왔으나
쓰면 아기한테 별로 안좋다고
아직 참을만하면 버티라고 하여
10시간 동안 정말 멍때리며
아픔을 감내하고 있었다.

새벽근무를 하고 잠도 못잔 신랑은
내 옆에서 나를 붇돋아줄 전의를 상실한채
졸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들어온 간호선생님이
나보다 더 힘들어보인다며..
쉬어야하지 않겠나며
위로를 해주는 상황까지 되었다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나보다 더 할까!!'
하면서 난 속으로 소리쳤으나
진통의 무게에 짓눌려
말은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 이후 비명소리를 내는 단계까지 이르러
자궁문이 5cm 정도 열렸으나,
너무 양수가 일찍 터지기도 했고
(이미 2번째 내진 때 터져버림)
자세가 끼여있는 상태라고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고 하여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수술할거면 12시간 동안 나는 왜
꾸준히 진통에 시달렸던 것인가..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비록 자연분만은 못했지만
아기를 위해 노력했음을 ㅠㅠ
아기가 알아봐주길 바라며....

수술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 끝났고
마취가 덜 깨 눈앞이 희미한 내 앞에
간호선생님이 와서 아기 안겨드릴께요~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팔에 속싸개를 한
울부짖는 아기가 안겨있었다.

아기를 안았을때의
그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란...

그런 상황에 신랑이 찰칵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당연히 우리둘만 보는 사진일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신랑이 운영하는 모임 단톡방에
떡하니 올려놨더라는 ㅠㅠㅠㅠ

하루 꼬박 진통을 겪으며 꼬질꼬질해진
내 얼굴이 우는 아기 모습과 함께 올라간....
단톡방에 사람들이 한동안 충격에 빠졌는지
대화가 사라져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일기] 아기가 내게 오고 난 후 7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