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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Jan 07. 2024

"피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스물 두 번째 주제



어릴 적, 막내는 늘 불고기 피자만 먹었다.


하임피자였었나, 지금도 있는지 모를

그 가게의 불고기 피자만 먹었다.


그런데 그 불고기피자의

'불고기'만 쏙쏙 빼먹는게 녀석의

피자 섭취 방식이었다.


나머지 '피자'부분은 남은 우리의

몫이 되었다.


메인이 사라진 피자 때문에

불만이 생길 때에

엄마가 식자재마트에서 토핑용 불고기를 사왔다.


그걸 한참 데워서 줬는데

막내는 먹지 않았다.


피자 속에서 나던 맛이 아니라나.


그렇게 남겨진 토핑 불고기를 뒤로하고

우리는 치킨으로 야식을 바꿔갔다.

얄미워서.


엄마가 불고기를 쏙쏙 발라주는

막내사랑이 질투나서.


피자만 보면 그 생각이 나서인지

난 지금도 콤비네이션이 좋다.



-Ram


이사 온 동네 주변 식당들을 하나씩 가보는 중 아주 괜찮은 횟집을 발견했다. 심지어 집과의 거리도 300m 정도도 안될 만큼 가까워서 술 한  잔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고 겨울에도 룰루랄라 걸어가기 좋은 곳이다. 게다가 방어도 특대 방어만 팔아서 얼마나 고소한지! 이렇게 방어가 맛있는 생선이었나 싶을 정도로 입안에 고소함과 행복함이 꽉 차는 맛이다. 벌써 올겨울 두 번 방어회를 먹었는데, 웃긴건 2차로 무조건 피자를 먹으러 간다는 것이다. 동네가 국립대학교 주변+신도시처럼 새로 생긴 상권이라 삐까뻔쩍한 식당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찾아보지도 않고 간판만 보고 갔던 그곳은 바로 브롱스. 매일 치즈 크러스트 추가하지 않으면 딱히 '피자? 음'했던 내가 예전에 더부스 피맥의 맛을 안 후로 피맥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브롱스가 그 더부스 명맥을 잇다 못해 '뭐 먹을래?'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난 피맥'이라고 대답하게 하는 맛이다. 사실 브롱스는 웬만한 번화가 어디에나 있는 체인점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맛에 큰 차이가 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왜냐면 그동안 내가 갔던 3~4지점의 브롱스는 대부분 비슷했으니까. 근데 이 동네 브롱스는 심상치 않다. 늘 맥주와 조각 피자를 주문하는데, 피자를 손에 들자마자 알았다. 오븐에서 나온자마자 서빙했고, 치즈를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넣어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쭉쭉 늘어지는 게 정말 맛있을 것이라는 것을!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이미 1차에 배부르게 먹었지만 커다란 피자 한 조각은 거뜬하게 먹을 정도의 맛이여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아마 뭘 먹든 2차로 한동안은 쭉 브롱스를 가지 않을까 싶다. 



-Hee



1.

나는 피자에 한해서는 이탈리아인의 자국 음식에 대한 고지식함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핏제리아에서 먹은 피자에 무심결에 감동해버린 뒤로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유난이라는 것도 알겠으나 별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제 몇몇 군데쯤 지나치게 고지식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가고 있고,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피자보다 맛있는 피자는 여지껏 먹어본 적 없었다는 타당성도 넘치는 이유도 갖고 있으니 말이다. 


피자는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은 데다가 맛도 그리 특별할 게 없는 그저 그런 음식에서 이제는 주기적으로 맛있는 피자를 먹기 위해 먼 길을 나설 정도로 애정 어린 음식이 됐다. 토핑의 다양성과 싸구려 치즈의 양으로 승부하는 국내 피자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고점의 피자를 찾기란 대단히 어렵지만, 힘들게 찾아낸 오리지널의 맛 앞에서는 그 힘겨운 과정조차 맛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전락해버린다.


2.

진짜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를 만들어 낸다는 가게를 찾아 을지로까지 다녀왔다. 서울 가는 지하철 안에서 가게 리뷰를 찾아봤는데 탄 향이 유독 많이 난다는 평이 많았다. 나는 화덕 안에서 피자의 바닥이 타는 이유를 설명하며 피자의 탄 향이 이탈리아에서는 용인되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내가 불평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아무튼, 우리는 오리지널의 맛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한 번 도전해 보자며 다른 가게를 찾아보자던 지영의 의견을 다시 주워 담았다.


가게는 협소했다. 2인 테이블 4개가 고작인 영세한 가게였는데 주방의 절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화덕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진짜 피자를 위해 타협이란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자는 절반쯤 성공적이었다. 지영은 대단히 만족했고, 나는 실망하다 못해 그날 하루를 망친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이유는 다양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더러운 위생상태 덕분에 식욕이 확 죽어버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음식점의 기본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식당이었다. 나 참 고대하던 피자 사냥에서 기본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줄이야…  



-Ho


정작 이탈리아에 가서는 피자를 먹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피자도 한국이 맛있다.


한국에서 좋아하던 화덕피자 집이 있었는데 아직 장사를 하려나 모르겠다.


한국은 배달음식이 잘 되어있는데 그게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배달이 있으니까 식당이나 배달 기사님들이 돈을 버는 거겠지. 거대 플렛폼이 자기 욕심을 조금만 줄인다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새벽배송은 싫고,

비오는 날에는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는다.


우리집 식탁에 엄마가 붙여논 글귀가 생각이 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인이


2024년 1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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