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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Feb 04. 2024

"대나무숲"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스물 여섯 번째 주제


사실 마음 속에 정말 

소리치고 싶은 말들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하면 안될 말이라 여겨서

꾹꾹 담아둔 지 몇 년, 몇 해.


누군가는 불같이 화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나를 보기

싫어졌다며 등돌릴지도 모른다.


그런 말이

계속 마음에만 맴돌다가

썩어 없어지길 기도한다.


어딘가에 풀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 대나무숲에서

황망히 떠돌다가 사그러지길,

그렇게 기도한다.


나는 정말로

약았고,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기로서니,


그렇게 나만의 거름으로

뿌려지고 없어지길

다만 기도할 뿐이다.



-Ram


내가 모든 것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 안의 작디작은 먼지 같은 생각들 한 톨까지도, 지나가는 더 가벼운 실낱같은 마음들까지도 다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오히려 듣는 고통이지 않을까 싶은데. 되려 숲의 메아리로 인해 가늘지만 뾰족한 후회가 밀려올까 봐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되는 때가 조금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또는 가입되어 있는 여러 소셜미디어나 블로그에 그저 흩뜨려 놓는 것이 전부일뿐. 근데 그것보다 더 저변에 깔려있는 것들은 어디에 내뱉어야 하지.. 그냥 삼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겠지.



-Hee


1.

새로운 사무실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사람. 조금 더 친해지자는 속뜻이 있었겠지만 지나가는 말로 계속 이야기도 하고 벽을 좀 낮추라길래 엊그제 술자리에서 봇물 터지듯 여러 말들을 쏟아냈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가장 좋은 상대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더니, 속을 다 비워내고 나니 한 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남의 말은 일부러라도 잘 듣지 않는 편인데, 그 자리에서 나보다 조금 더 살아온 인생 선배랍시고 해주는 조언들이 꽤 와닿아서 의외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마주쳐야 할 사람들인데, 개인적인 약점을 노출한 것 같아 뒤늦게 후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를 다 까발리듯 털어놓는 일은 여전히 꺼림칙해서, 다시 그러고 싶지는 않다.  


2.

삶은 계속해서 변해가고 그때마다 같은 일들도 내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매번 그당시의 순간에 지나치게 매몰됐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자주 놓쳐왔던 것 같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돌파구를 찾았었고, 그 방식이란 대체로 잔뜩 쌓아두는 것이다. 때로는 욕심을 쌓으려 했었고, 사랑을 잔뜩 품으려 했었다. 가끔은 내 것이 아닌 것들도 탐욕스럽게 주워 모았다. 언젠가 다가올 큰 파도를 기다리며 방파제를 쌓아두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질서하게 쌓아둔 것들은 얼마 안 가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우습게도 그렇게 다 무너질 때 느껴지는 허무한 해방감에 중독됐었던 것 같다. 


습성은 잘 변하지 않아서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쌓아두려 하지만, 그를 통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가치를 꼼꼼히 따져가며 좋아보이는 것들을 모을 뿐. 어떤 순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기 보다는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릴 뿐. 



-Ho


누구나 자신만의 대나무숲이 있으면 좋다.

나에겐 이 글쓰기 모임(?)이 그렇다.


현생에서는 못하는 말도 여기선 글로 쓸 수 있다.

난 늘 생각이 많은 편인데, 생각을 글로 전환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참 감사하다.


생각하고 쓰는 사람은 강하다.

난 그 힘을 믿는다.


올해는 더 잘 쓰기 위해 많이 읽고 싶다.

읽는 만큼 확장하고 견고해지는걸 알면서도 독서에 소홀했다.

집 근처 도서관을 아지트 삼아 많이 읽어야지.



-인이


2024년 2월 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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