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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Mar 03. 2024

"추억의 과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서른 번째 주제


나는 어릴적부터 

불량식품 사먹는 걸 좋아했다.


100원 200원씩 받아서

사먹던 것들이

한정적이고 다채로워 좋았다.


오늘은 초코맛 카라멜,

내일은 포도젤리,

그런 내일 먹을것들을 아쉬워하며

오늘을 즐기는 기분이 즐거웠다.


종종 그런 불량식품 가격이

추억을 묻혀 1000원, 2000원 이 된 걸

볼 때면 묘한 기분이 들지만

그것대로 맛있어서 좋다.


내 추억이 대단한 기억은 아니겠지만

자그마했던 나의 시야도

주머니사정도

내가 어리숙했던 모든 순간을

곱씹게한다.


재밌고 씁쓰레한 과자들.



-Ram


벌써 5년도 넘었지. 새벽에 출근하기 전 짬을 내어 영어학원에 다녔었다. 7~8명 되는 소수의 인원이 모두 모여 되도 않는 영어를 열심히 해가며 배운 뒤 수업이 끝나고 회사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같은 반인 분이 어쩌다 보니 옆에 있어서 아는 체하며 같이 걸어가게 되었다. 방향만 동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건물이었고, 또 알고 보니 같은 층이어서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며 신기해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랑 늘 영어학원에서 만나 같이 출근을 했고, 죽이 잘 맞아 퇴근 후에는 같이 요가 클래스도 다녔고, 영어 스터디도 했고, 해외 여행도 함께 다녀오고, 심지어 주말에도 만나서 한강에도 갔다. 이렇게 워낙 친하다 보니 서로의 회사에 다 소문이 나서 다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우리 둘을 알았다. 어떤 여름, 퇴근 후 바로 요가를 가야 하기 때문에 도무지 저녁을 먹을 수가 없었는데, 그때 우리가 생각했던 대안은 바로 왕만쥬! 왕만쥬를 사서 퇴근 직전에 먹고 그 힘으로 가서 요가를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그 친구가 왕만쥬 한 박스를 주문한 다음 이틀 뒤 커다란 박스가 그 친구의 회사로 배달되었다. 우리는 비상계단에서 접선 후 커다란 박스를 뜯어서 각자 준비한 쇼핑백에 왕만쥬를 신나게 넣었고,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웃겨서 조용하게 킥킥댔다. 오피스룩을 입은 채로 차가운 계단에 쪼그려 앉아 박스를 뜯고, 왕만쥬를 열정적으로 담고 있다니. 왕만쥬를 두둑하게 챙기고 사무실로 돌아왔고 그렇게 하루에 한 두 개씩 왕만쥬를 먹었다. 원래는 요가 가기 전에 먹으려고 했지만 아침에 오니 배가 고파서 1층 카페에서 라떼를 산 후 올라와서 왕만쥬를 먹었고, 점심을 약간 적게 먹은 날엔 또 왕만쥬 쇼핑백에 손을 넣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뒤 밤만쥬, 왕만쥬를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은 멀리 떠나버려서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는 친구. 오늘따라 보고싶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로 발이 묶였을 때, 집에 너무 가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말레이시아 로컬 마트에도 한국제품이 꽤 들어와 있는데, 내가 집에 못 가지 이거 못 사먹겠나 싶어서

추억을 핑계로 얼마나 많은 간식을 사 날랐는지 모른다. 


빙그레에서 나오는 메로나, 원래 농심은 잘 안 사는데 새우깡도 사먹고, 오뚜기 진라면 등등..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악착같이 한국 껄 찾아 먹었다. 


과자나 빵은 혈당 스파크를 높여서 안 좋다고 하던데,

언제쯤 군것질에 초연해 질까.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 붕어빵 가게를 지나치지 못한다. 

붕어빵은 죄가 없어. 나는 붕어빵 감별사가 될 거야.



-인이


2024년 3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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