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일~2월13일 태국, 베트남 여행 정리 (2)

by 여르미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베트남 여행이 아니었을까?


태국에서는 내가 그동안 지친 일상을 떠나 여행에서 꿈꿔왔던 것들을 하나씩 테스트해보았던 것이고

베트남에서는 친구와 함께 진짜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일단 내 친구는 베트남국가대학교에서 베트남역사를 공부하는 곧 박사가 될 사람이다.

인문학계열 공부 오래한 사람 특징이 자기 분야 이야기 나오면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합이 잘 맞았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베트남에 입국한 2월 7일부터 베트남의 최대명절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설을 쇠는것이다.

나는 태국과 비슷한 동남아라고 착각했기 때문에 큰코다쳤다.

일정을 새로 짤까 했는데, 이미 비행기표도 예약 다 하고 더이상 바꿀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때 가기로 했다.


이전에 한번 경험해보았던 태국과 달리 베트남은 공항에서부터 정신이 없었다.

태국이 선진국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성질이 한국 사람들과 비슷했다.

엄청 성질 급하고, 일 잘 안풀리면 화내고.

겨우 그랩을 잡아 친구집으로 갔고 짐을 풀고 다시 가벼운 짐만 챙겨서 버스타러 갔다.


길거리 소세지 하나 먹으면서 사파행 슬리핑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터미널이 마치 내가 인도에서 겪었던 바로 터미널 같았다.

낙후되고 냄새나고 정신없고.

너무 오랜만에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다.

하지만 결국 하루만에 적응을 하게 된다.


라오까이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사파까지 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안개가 심하게 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살아서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오토바이 뒤에 단단히 매달려 있었다.

다행히 1년간 하노이의 지옥같은 거리에서 단련된 친구의 실력 덕분에

무사히 해발 1700m 사파에 도착하게 되었다.


겨울 같은 날씨에 너무 추워서 바지를 하나 사고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은 축축한 물안개 속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에어비앤비 주인장이 설날 음식 만들어서 나눠 먹을건데 좀 일찍 올래? 라고 하길래

11시 도착을 목표로 다시 오토바이를 달렸다.


내 친구와 나는 현지 고산족 체험을 해보자고

사파로부터도 한참 떨어진 산속에 방갈로 예약을 해둔터라

또 한참을 깎아지르는 산길을 달렸다.

점점 추워지고 점점 앞은 안보이고

나는 사전에 동영상, 사진 하나 안보고 왔기 때문에

원래 이런줄 알았다.


원래는 계단식 논과 함께 엄청나게 광대하게 펼쳐진 자연이 기다리는 곳이지만

나와 친구는 구름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며 온통 흰색 물안개만 펼쳐져있었다.


겨우겨우 오두막에 도착했고, 고산족 사람들은 보여서 설날 명절 파티를 하고 있었다.

너무너무 배고팠던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집어 넣고 마을 사람들은 직접 만든 술을 나눠주었다.

도수가 몇도인지도 모른다. 엄청 셌던 것 같다.

3~4잔 정도 먹고 맛이 갈거 같아서 방에 들어가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길래 트레킹 하자고 했다.

주인장이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진흙길에 비탈길에 장난 아니었다.

주인장이 사진찍는 포인트라고 알려준 곳들은 온통 흰색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가시거리가 2-3미터 정도 되었을까?

나는 내심 인도 다람살라 갔을 때의 경치를 생각했으나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쉽긴 했다.

그래도 마치 동화속 산신령을 만나러 가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제일 좋았던 건 트레킹 끝나고 허브 목욕했던 것.

이 산속에서 자라는 10여가지 허브로 목욕물을 끓였다고 했다.

나중에 라오까이에서도 허브 목욕을 해보는데

산속에서 한 거랑 퀄리티 차이가 너무 컸다.

웃겼던 것은 목욕 끝나고 저녁 먹을 때 허브 차가 후식으로 나왔는데

냄새가 목욕물 냄새랑 똑같았던 것.

내 친구가 우리몸을 우려서 차 끓인거 아니냐고 ..ㅋㅋ


나는 원래도 목욕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도 거의 매일 반신욕을 했던 것 같고,

최근에 가족들이랑 같이 간 4년만의 해외여행도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의 유후인, 벳푸로 갔다.

앞으로도 가정의학 전공하게 되면 이런 목욕의 가치에 대해서 더 연구할수도 있을듯?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파고 들어야지.


아 근데 방갈로 밤이 너무너무 춥더라. 패딩입고 잤다.


다음날은 라오까이 도시로 내려가

베트남 사람들이 설날 어떻게 쇠는지 구경도 했다.

집 밖에 간소한 차례상을 내놓는 것이 특이했고, 집 내부 구조도 다 들여다 보이는데 그것도 흥미로웠다.

층고가 아주 높고, 거실이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


라오까이가 국경도시이다 보니 중국하고 매우 가깝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친구가 오토바이를 몰아 국경의 북쪽, 남쪽을 달려보고 국경을 가르는 검문소도 가보고

베트남의 문화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국보다는 베트남에 공감할만한 지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우리처럼 식민역사를 겪었기 때문 아닐까?

민족성도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았고, 음식도 나는 너무 잘 맞고 맛있었다.

특히 국수에 넣어먹는 각종 풀들이 너무 좋았다.

공산당이지만 집단지도체제로 체제 안정화를 꾀하는 것도 인상적이고

GDP 상승률이라든지, 인구규모 측면에서도 앞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국가였다.

언어도 생각보다 한자유래한 것들이 많아서

나같이 중국어도 좀 할 수 있고 한자 잘 아는 사람들은 배우기 좋아보였다.


베트남의 전통의학이 현대의학과 공존하는 측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한국이나 중국처럼 전통의학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큰 것이었다.

중국과 가까운 북부베트남의 전통의학은 월-중의학으로, 남부베트남의 전통의학은 남의학으로 부르는 것 같은데

고산부족 마을에서 잠깐 경험했던 베트남의 본초학도 궁금했고,

베트남 전통의학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우선 한국에서 한의학을 전공해야하나? ㅋㅋ


베트남은 태국과 달리 3시간 반~4시간이면 간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버스타고 가는 시간하고 같다.

문화적 친연성도 있고, 물가도 태국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또 한번 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7일간의 태국여행보다 베트남 여행이 더 재밌었던 이유는 친구 덕분이었던것 같다.

혼자 여행가면 심심한 것이 가장 힘들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려 다니는 것도 나는 힘들다.

내가 기억에 남고 좋았던 여행들은 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

아내와 둘이 함께 한 여행들이 좋았고

인도에 있을 때는 다람살라에서 공부하던 친구와 함께 1주일 여행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미얀마에 있을 때는 한달간 나와 함께 했던 아웅틴툰형 덕분에 너무너무 즐거웠었고

태국-미얀마 접경지역에 있을 때는 한달간 함께 의료실습하던 친구들 덕분에 즐거웠었다.


내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만족하는지 잘 알아야

다음 여행도 즐거울 수 있으므로 이번에 내가 겪은 이 경험을 잘 새겨두자.

아마 다음에 태국에 혼자 와야한다면 봉사활동을 한다면 훨씬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지만… 기간이 너무 짧았다)

태국이 봉사활동 하기 너무 좋은 곳인 이유는 낮에 덥고 밤에 시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낮동안 병원에서 봉사하고, 밤에 놀면 된다. 전에 한달간 이렇게 살았는데 너무 좋더라.

다음 기회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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