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2017년도 작품
컨택트는 우리가 기존에 즐기던 SF와 달리 스펙터클한 액션신이나 플롯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를 울리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카리오에서 이미 느꼈듯 감독님은 시각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관객들을 이끌기 보다 캐릭터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장센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답답함을 느끼기보단 오히려 더 깊은 집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캐릭터의 대한 몰입도가 커진다고 할 수 있죠.
전 세계 어느 날, 외계에서 12척의 셀이 내려오고 셀 안의 외계인들이 내려온 이유를 알기 위해 세계 각국에선 각자만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게 되는데, 미국은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을 주축으로 외계인에게 언어를 가르쳐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커넥트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사람과 외계인의 연결 혹은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영화에서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면서 시간의 개념까지 바꾼다고 주장합니다.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 주인공은 시간의 개념이 선형적인 구조로 변하면서 그녀의 삶 또한 크게 변화합니다.
-여기서부턴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글로 가벼운 말투를 사용합니다.-
사실 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쾌감을 느꼈다. 기존 영화에서 지겹게 보던 남성 위주의 영화가 아닌 것이 반갑기도 하고(최근 한국에서 나온 더킹, 마스터, 공조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알아볼 수 없는 물리학자의 이야기보단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의 체계를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루이스에게 이입하기 좀 더 수월했다. 아마 이러한 캐릭터 설정들이 이 영화를 기존 SF와 다른 느낌을 주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손에 땀이 나도록 만드는 액션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없다. 다만 그녀의 눈빛을 따라가면 느낄 수 있는 삶의 무게, 복잡함 속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체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백번 공감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 나 또한 "봬요~" "뵙겠습니다."를 가지고 엄청난 고민을 했다. 두 개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건방져 보일 수도,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엄청난 걱정을 하며 보냈었다. 사실 내가 영어를 썼다면 간단한 단어 하나로 끝낼 수 있던 말이 한국어에선 나의 인성이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언어는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생활 방식, 생각 모두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증거로 루이스는 외계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의 사고체계를 습득(?) 한다. 그들의 사고는 놀랍게도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는 이 기술을 굉장히 담담하게 사용한다. 외계인들과 소통하면서부터 등장하는 루이스와 딸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플래시백이구나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플래시 포워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감독은 미래에 초점을 두고 현재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루이스는 미래를 현재에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해진 미래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 현재 자신의 선택을 믿는다. 이러한 점이 관객들에게 더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던 건 루이스가 외계인의 언어체계를 파악해 가르치는 모습도, 형체를 보기 어려운 외계인들의 모습도, 플래시백으로 추정됐던 루이스와 딸의 모습도 아니었다.
마지막에 셀들이 사라진 후 루이스와 이안은 사랑에 빠진다. 루이스는 이미 미래에 이안과 이혼을 하며 자신의 딸은 불치병으로 죽게 되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이안의 물음에 yes라고 대답한다. 미래의 아픔보다 현재의 자신의 행복,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아픔과 기대감을 모두 안고 있던 루이스의 눈빛은 영화를 본 지 일주일이 넘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한편으론 그녀의 선택에 슬픔을 떠안게 된 이안과 딸을 생각하면 이기적인 선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간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선택하는 운명이다. 누가 그녀의 선택을 나무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