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 이탈리아 가족
가끔 이탈리아인들을 보면 한국인들과 너무 비슷해 보여서 깜짝 놀라곤 한다. 성질 급하고, 쉽게 흥분하고, 자존심만 엄청나게 강하고... 때론 무례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속내까지.
그래서 이탈리아 남편과 결혼한 이 작가의 만화를 보고 있자면 어딘지 모르게 한국 생각이 나곤 한다. 이탈리아 시댁은 시끄럽고, 정이 많고, 남의 일에 끊임없이 참견하며, 이탈리아 것이 세계 최고인 줄 안다. 그렇지만 결국 지내보면, 적응하고 나면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인도 그렇지 않을까. 시끄럽고, 사사건건 남의 일에 간섭하고, 온갖 갑갑한 사회적 압력이 숨을 막히게 하는데다, 한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세계에 큰소리치고... 코미디 같은 풍경이 한두번 벌어지는 게 아니지만, 그게 우리고, 그래서 또 살다보면 한국이 좋아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위에 인용한 그림에도 나오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좋은 건 또 좋다고 아낌없이 얘기한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일본에서 먹은 이탈리아 요리다. 일본인인 작가는 여기서 한마디를 더한다. 수입한 외국문화를 그 이상의 레벨로 발전시키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한국 것이 최고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한켠에 있는 반면, 수입한 것으로 최고를 이뤄내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나라다. 피겨스케이트는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니지만, 한국엔 김연아가 있고, 힙합은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니지만 한국 비보이는 세계를 주름잡는다. 인기있는 케이팝의 작곡가는 유럽인이고 입은 옷차림은 미국 식이며 화장은 일본풍이지만 그 케이팝이 결국 한국 것이 되어 세계 최고라는 얘길 듣는다.
남의 나라 작가의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볼수록 한국 생각이 난다. 이런 책을 보는 재미란 게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