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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an 24. 2016

나만 모르는 케이팝

케이팝, 아이돌 그리고 홈마

10여년 전에, 처음으로 게임 시장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러니까 메이플스토리 책이 교보문고 전체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해운대 백사장에 백만 명이 모여서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지켜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문화충격을 받았다. 나하고 불과 10년도 차이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딱 그때 같았다. 이게 케이팝이고 팬덤이라는 것이구나 싶은 뒤늦은 이해.


기술의 발달은 세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 이 책을 보면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팬덤 문화다. 홈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master)를 뜻한다. 이들은 값이 겨우 수백만 원 대로 떨어진 덕분에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가격이 된 전문가용 DSLR과 망원렌즈를 활용해 자신의 우상을 촬영한다. 이 과정에서 향후 사진 판매를 위한 사전 마케팅으로 DSLR 액정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린다. 이게 이른바 '프리뷰'다. 멋진 프리뷰를 본 잠재 소비자(다른 팬들)들은 후보정까지 거쳐 완성되는 사진집을 몇만원씩 주고 산다. 이 사진집은 데스크톱 퍼블리싱으로 인쇄되지만 이미 팬 중의 편집/디자인 전문가들이 붙어서 제작하기 때문에 전문 사진집 못잖은 완성도로 제작된다. 책 주문은 POD(Print on Demand) 형태로 사전 예약되고, 인쇄소는 이 책에 대해 배송 대행까지 해주면서 사진집 인쇄 경쟁을 벌인다. 홈마들은 촬영을 위한 아이돌의 스케줄 확보를 위해 해킹도 벌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예기획사 내부정보를 빠삭하게 확보한다. 기술 활용에 능한 이 홈마들은 간혹 촬영장에서 만나는 소속사 직원들이 허가되지 않은 촬영을 막기 위해 이들의 메모리카드를 빼앗아 삭제해도 순식간에 복구해낸다. 메모리카드 복원 프로그램 정도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이 올리는 공연장 사진 등은 준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이들의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LTE가 만들어낸 변화다. 요즘 얘길 들어보니, 이 정도는 약과. 사진집 판매가 번잡하기 때문에 요새는 아예 동영상 촬영을 끝낸 뒤 상영관을 대여해 편집된 동영상 다큐멘터리를 합동 감상하기도 한다고. 물론 이런 합동 상영회의 입장권 가격은 어마어마한 수준인 모양이다.


소수의 아주 유별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지 모르지만, 이 책에 언급된 팬덤이 아주 크고, 그래서 홈마도 아주 많은 아이돌인 엑소의 경우 앨범을 내면 매번 밀리언셀러다. 모두가 MP3를 듣는 21세기에 말이다. 공연 예매를 시작하면 오픈과 동시에 서버에 200만 명이 접속한다고 한다. (그래도 서버가 버티는 게 더 대단하다. 설 귀성 열차 서버보다 대단한 듯) 적어도 국내에서만 수백만 명이 이런 열혈 팬덤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 정도면 소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서인구보다 많을지도 모르고, 종이신문 구독자 정도는 가뿐히 넘지 않을까.


내게는 너무나 놀라운 얘기들로 가득차 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내 주위에 약 10% 정도는 "그거, 다 아는 얘기야"라고 얘기한다는 점.  세상이란 게 늘 이런 식이다.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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