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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Aug 25. 2021

15편. 신뢰구축을 위한 지름길이 있나요?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신뢰의 첫 단계 _ ‘신뢰에 대해 정의하기’

제가 리더들을 코칭할 때 가끔 전해드렸던 책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치 사전]이라는 책입니다. 어린아이 시각에서 여러 가지 가치 단어를 정의해 놓은 것입니다. 엄밀히 ‘정의’라기보다는 ‘행동(강령)’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개념적인 단어를 명확한 실천으로 만들어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겸손이란, 할머니는 내가 오빠보다 똑똑하다고 말씀하지만, 오빠도 잘하는 게 많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

겸손이란, 나도 알고 있지만 친구가 설명하는 것을 잘 듣고 있는 것. 혹시 내가 모르는 것을 듣게 될지 모르니까


참 아름답죠? 이 책에 정의된 문장들을 보면, 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지 금세 반성하게 됩니다. 문장들이 거울이 되어 제 자신을 비추는 거죠. 누가 똑똑하다 하면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잘난 척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구요,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면 주의력이 금세 딴 곳으로 새나가 경청이 어렵기도 합니다. 벌써 두 문장의 정의만 봐도 제가 많은 장면에서 겸손치 못함을 반성하게 되고, 동시에 마음과 눈이 맑아집니다. 이 효과를 보기 위해 리더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곤 합니다.


이 책에 보면, 신뢰와 유사한 개념으로 믿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뢰란 말이 어려우니 그렇겠죠. 어떻게 설명했는지 볼까요?


믿음이란, 약속을 했으니까 형이 내 비밀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
믿음이란, 농구를 하다가 친구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아 아플 때, 친구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믿음이란, 길을 잃었을 때 엄마와 우리 식구들이 꼭 나를 찾으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참 아름다운 정의입니다. 이 정의들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하나는, 위에 나오는 단어 중 ‘형’, ‘친구’, ‘엄마’, ‘우리 식구들’이란 단어를 ‘팀장’, ‘상사’, ‘구성원’, ‘멤버’라는 단어로 대체해 읽어볼 때 나옵니다. 즉, 조직에서 있어야 할 신뢰가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둘째는 조직에서의 가치는 행동강령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뢰하는 조직”이라고 말할 때는 그 신뢰가 무엇인지 동상이몽 하지 않도록 행동강령을 포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리더는 자기 조직의 미션을 위해 ‘긍정’이란 가치를 설정한 후에 모든 구성원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웃으면 복이 온다’라고 풀어서 정의하였습니다. 실제로 조직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누군가 “웃으면 복이 옵니다~!”라고 외치면, “지금 웃음이 나오나?”하면서도 ‘피식’ 웃게 된다면, 팽팽한 긴장감과 부정적 마음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길 겁니다. 그 틈이 지혜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줄 겁니다. 어떤 리더는 우리 조직에 가장 1순위의 가치는 ‘열정’이며 이것은 ‘No More Why 상태를 만들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너무 명료하지 않습니까?


에피소드에서 상무님들의 고민처럼, 사실 다른 욕구, 가치,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것에서 신뢰가 구축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죠. 신뢰라는 것이 쌍방의 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에,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로서 좀 더 설명력이 높은 신뢰의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내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 첫 단계가 ‘신뢰’를 어떻게 행동을 포함한 정의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면 신뢰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보면 신뢰가 쌓아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정리해보는 것이죠. 혼자 답하기 어렵다면 구성원들과 함께 나눠보세요. 신뢰라는 단어를 함께 생각해보고 합의하는 과정 중에, 실천의지가 다져질 테니까요.


신뢰라는 단어가 정의되었다면, 조직 내에서 이를 어떻게 구축해나갈까 고민해야 합니다. 두 가지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스템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리더십 차원입니다.



‘시스템 차원’에서 신뢰 구축하기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이 쓴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라는 책에는 관리를 위한 귀중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리더가 관리해야 하는 영역 Modes of Control입니다. 두 가지 요인 factor을 가지고 매트릭스를 만들었는데, 한 가지 요인은 예측가능성이 높은가 낮은가 하는 것이고요(우리가 흔히 VUCA라고 하는 용어에서 앤드루 그로브 회장은 Volatility(변동성)을 빼고 CUA로 표기했네요), 다른 하나는 이익 interest을 어느 차원으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집단 이익에 초점을 둘 것인지, 개인 이익에 초점을 둘 것인지입니다.

조직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 4 사분면을 활용해서 관리하라는 것인데요, 재택근무 상황이라고 가정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영역 ①’인, 자유시장 Free Market Forces 영역입니다. 이 영역은 CUA가 낮고(이것은 예측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겠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해도 무방한 영역으로, 구성원 개인이 하고 싶은 대로 위임해주는 영역입니다. 재택근무 상황이라면, 카페든 집이든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것입니다. 어디서 일하는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 관리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두라는 것이죠.


‘영역 ②’는 계약상의 의무 contractual Obligations를 지켜야 하는 영역입니다. 집단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예측이 가능하기에 룰 세팅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재택근무 상황이라면, 9시에는 무조건 전체 Daily Meeting에 들어오고, 30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는 알람 주기, 오후 5시에는 팀장에게 마감 보고하기 등의 약속을 하는 거죠.


‘영역 ③’은 문화적 가치 Cultural Values 영역으로서 집단 이익이 맞물려 있으나 예측이 어려운 영역입니다. 마치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 상황 같은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교통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점검합니다. 또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일도 할 겁니다.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 중하다’,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라는 핵심가치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의 ‘영역 ③’은 조직 미션을 이루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올 때 이 기준에 부합해서 행동하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조직문화 좋기로 소문난 자포스 Zappos의 핵심가치 중 첫 번째는 ‘“와”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서비스를 한다(Deliver WOW Through Service)’입니다. 앞서 ‘영역 ②’처럼 고객의 주문에는 이렇게 대응하라고 몇 가지 의무를 줄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기에, 행동의 기준이 되는 핵심가치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측할 수 없었던 고객의 니즈를 맞닥뜨렸을 때 ‘고객이 감탄할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라는 기준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어떤 것이든 비용이 얼마가 들던 상관없이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이 기준대로 행동함으로써 집단과 회사는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신뢰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것도 ‘영역 ③’때문입니다. 조직 내의 수많은 일이 있지만, 신뢰 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이 기준을 준거 삼아 행동하자고 제안하는 거죠.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신뢰 로운 조직이라는 큰 방향을 정한 뒤(이것도 행동을 포함한 문장이 되어야겠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되는 가치를 3가지 정도 도출해서 구성원들에게 실행 및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함께 지켜야 할 가치에 아예 신뢰까지 포함해서 제시하는 겁니다.


마지막 ‘영역 ④’는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개인의 이익에 관련된 것인데 어떤 범위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령 통제하려 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두라 합니다.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줄일 수 있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상호 간에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조직 내에 어떤 컨트롤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싶을 때, 앤드루 그로브의 관리해야 하는 영역 Modes of Control을’ 적용해보세요.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체크로 서로의 피곤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리더십 차원’에서 신뢰 구축하기

젠거와 포크만(Zenger & Folkman) 교수는 87,000 명의 리더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신뢰의 기반이 되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도출하였습니다. 좋은 판단 및 전문지식, 일관성, 관계가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구현하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내가 어떠한 상태인지, 무엇을 더 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찬찬히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좋은 판단 및 전문 지식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4차 산업 시대에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 “Learning Agility(학습 민첩성)”라고 합니다. 세상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성공체험이나 경험만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면 좋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죠. 다만 수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 채널과 리소스를 통해 학습할 정보들을 얻고, 또 어떤 방식으로 체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많은 리더들이, 자신은 전략적 사고와 판단이 부족하다고 고백합니다. 실제로 전략적 사고를 잘하지 못하는 리더도 있지만 대부분 전략적 사고를 도출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열등감을 갖게 됩니다.


어떤 리더는 가능성이 있는 일을 일단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아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이걸 응용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볼 수 있겠어~!”하면서 전략과 전술의 방향을 도출하고 수정합니다. 어떤 리더는 과거의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큰 흐름과 패턴을 발견하고, 그 흐름과 패턴을 통해 다음 스텝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자료를 접하면서 혼자 성찰하거나 마음에 맞는 누군가와 그 성찰을 나누면서 전략적 판단을 해 나갑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학습방법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파악해서 자신만의 학습 방식으로 민첩하게 그리고 프로답게 판단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정리하십시오.


두 번째는 말하고 행동하는 것의 일관성, 일치입니다.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진정성 있고 일관되게 행동한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로남불 하기 쉽습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 삶의 핵심 가치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 삶의 핵심가치가 책임, 성숙, 사람들 care라면, 의사 결정하기 전에 이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삶에서 이 세 가지 가치가 드러나도록 행동하려 노력할 때 일관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또한 ‘이 리더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라고 예측할 수 있으니, 신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모든 사람은 실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혹은 알면서도 모순되게 행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고 필요하다면 양해 혹은 사과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노력할 때 구성원들은 리더를 합리적인 사람, 신뢰가 가는 사람,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앞서 상무님들의 그룹코칭에서 나왔던 것처럼 지속적인 소통을 하고, 어려울 때 같이 논의하며, 개인의 경조사에 관심 가져주고,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피드백하는 것입니다.

https://hbr.org/2019/02/the-3-elements-of-trust

이 세 가지 변수가 ‘신뢰’에 얼마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지 살펴봤더니, 당연히 세 가지 변수(판단력, 일관성, 관계)를 모두 가지고 있는 리더의 경우 신뢰 점수가 80% 전후가 된다고 합니다. 두 가지 요인씩 묶어서 봤을 때, 관계 Relationships와 판단 judgment 이 동시에 작용할 때 신뢰 점수가 60% 전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변수 중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관계 Relationships 였습니다. ‘관계’라는 단독 변수 하나만 있어도 50%를 상회하는 신뢰 점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관계가 좋으면 같은 상황에서도 더 전문적이고 일관적이다 느낄 수도 있고 관계가 나쁘면 어떤 진정성 있는 시도를 해도 신뢰하지 못하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뢰가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인식에 기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911 사태가 터지면서 공항 입국심사가 1.5~2배 시간이 길어졌었습니다. 신뢰가 낮아지면서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이죠. 게다가 혹시 모를 테러를 감시하느라 무서운 장비를 찬 경호 인력을 보면서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그러니까 신뢰가 망가지면 비용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굳어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러니 바쁘고 어려워도 신뢰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가 먼저 자신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지 않는데, 누가 나의 손을 붙잡겠습니까.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격려하고 믿어주고 예측가능성을 늘려가 보십시오. 그러면서 구성원들을 신뢰의 자리로 초대하십시오. 동시에 내가 사사건건 개입해서 해결하지 않도록 내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신뢰 장치를 걸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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