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욜로'라는 트렌드에 맞춰 시기적절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빠르게 휘발되는 담배와 위스키를 끝까지 놓지 않는 미소가 대책 없어 보였고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싱겁게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새해와 함께 전환점을 맞는 미소. 영화의 시작
<어떻게 살 것인가>를 완독 하고, 어제 <소공녀>를 다시 보았다. 미소의 삶은 유시민 작가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제시하는 "의미 있는 삶"에 부합한다. 미소는 본인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미소는 대책 없이 사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꼬박꼬박 기록하는듯한 가계부와 사용 목적에 따라 칸이 나뉜 금고를 미루어보면, 미소는 미소만의 계획이 있다. 게다가 빚 없이 살겠다는 확실한 목표도 있다. 미소는 가사(家事)에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살린 직업도 갖고 있다. 이는 미소가 가진 행운이다. 이제야 비로소 미소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마냥 놀고먹는 삶은 즐겁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행복만을 바라보다 현재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도 않다.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나는 요즘 꽤 행복하다고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적당한 소비를 하고, 눈 앞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성취감을 채울 만큼의 운동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다. 글로 쓰고 보니 나의 행복은 미래에 집착할 때보다는 현재에 충실할 때 오는 것 같다. 내일 당장 죽어도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루에 충실하고, 매일매일 주어질 행운에 감사해야겠다.
2020-01-17
-사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미소의 얼굴이 행복해보이지는 않았다.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