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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디 Oct 15. 2022

일상의 라운드에서 벗어나게 하는 어나더 라운드

영화 <어나더 라운드>를 보고


술은 푹 끓인 무처럼 나를 물러지게 한다.

이따금씩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고 싶을 때에는 적당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 그럴 때 제일 간편한 방법은 ‘마셔서 긴장 해제’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 그런가. 마르틴에게서, 그리고 책의 주인공들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에게 술은 나를 꺼내는 도구이다.



술은 쉽지 않으면서도 쉬운 일이 일어나게 한다.

마르틴은 일상의 원 안에서 무기력하게 권태를 되풀이한다. 마르틴의 술 한 잔은 그 원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 틈새로 변주가 흘러나왔고, 결국 그의 권태를 전복시켰다.



삶에서 취소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도 없다.

술은 위험도 높은 재배치를 동반한다. 마르틴을 비롯해 그의 친구들은 술을 이용한 실험을 시작한다. 이들의 실험은 외줄타기를 보는 것 같다. 처음엔 재밌어 보였는데 보고 있자니 점점 위태롭고 불안하다. 이것이 술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는 이유다.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술이 그리는 나의 모습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선을 스스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나에게 하는 다짐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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