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글쓰기 #001
지금 일하는 곳은 문래역 근처의 사무실이다. 입사 한지 3년이 넘었고 건물 내부와 주변은 엄청나게 변했지만, 아침마다 이곳에 오고 밤이 되면 나가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늘 같은 곳으로 3년 남짓 출근을 하다 보니 가끔은 고등학생이 된 느낌이다. 그러다 출퇴근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해 질 때면 평소와는 다른 길로 출근을 한다. 2호선으로 갈아타는 신도림에서 내리지 않고, 지하철이 털어 놓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다가 영등포에서 내려 택시를 탄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 좀 더 여유 있게 사당역까지 가서 4호선으로 갈아타거나, 아예 강남역까지 내려가서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기도 한다.
정말 오래도록 걷고 싶은 날에는 4호선을 타고 오다 과천에서 내린다. 15년 전 고등학교 3년 내내 오르 내렸던 과천역 계단에 발을 디디면, 다시 그때의 기분이 되어 계단을 오를 수가 있다. 역사를 나와 도서관부터 고등학교를 지나 공원을 가로 질러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머릿속에선 그때와 지금의 나를 겹쳐보며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내가 어디로 걸어 갈 수 있는지 확인한다. 나만의 걸음걸이로.
과천은 자잘한 변화는 많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는 도시다. 낯선듯한 낯익은 분위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기분들은 그곳을 걸어야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과천은 알듯 말듯한 나의 마음에 대한 몽타주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에 대해 반추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되어준다.
당신의 과천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