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진 Feb 13. 2022

원하는 모습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

저에게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 아들과 관련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아들 녀석이 열심히 준비한 시험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결과가 나왔는데요, 아쉬운 소식이 다가왔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실망이 크더군요.

저는 말해주었습니다.  

"많이 속상하지? 그런데 이런 일은 엄마도 많이 겪어본 거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그렇더라."


아들 녀석이 말하더군요.

"어머니가 거절을 당한 적이 있다고요? 실패한 적도 있고? 저 위로하려고 거짓말하시는 거지요?"

진심으로 묻는 아들 녀석을 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남편과 이야기하거나 혼자 속으로 힘들어했지, 어린 자식들을 앞에 놓고 불평을 하거나 힘든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니까요. 대신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웃으며 나누었으니 아들 녀석이 보기에 엄마는 늘 순탄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실패하고 거절을 당한 경험들을 말이지요.


"엄마가 처음 책을 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보낸 적이 있거든. 그런데 그 많은 출판사들이 다 거절을 하더라. 아니, 거절도 아니고 그냥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많았어. 기다리고 기다려도 보내준 원고 잘 받았고 읽어보니 이렇다 저렇다 하는 답도 안 주는 거야. 거절 또 거절.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다니, 정말 속상하더라."


"회사에서 엄마가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어서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적이 있거든. 그런데 그걸 동료 중 한 명이 자기가 한 것처럼 꾸며서 상사에게 이야기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 거야. 가지고 사람에게도 실망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정말 힘들었지."




그동안 상담과 코칭, 교육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 삶은 참 어렵고, 그에 반해 타인은 나보다 쉽고, 원만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모두의 삶에는 굴곡이 있습니다. 실망하고 넘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마음이 막막해집니다. "내가 과연 이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이번에 올림픽 경기를 보며 마음이 뭉클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황대헌 선수의 경기를 보며 그랬습니다. 황대헌 선수는 1,000미터 준결승에서 1등으로 들어왔으나 실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얼마나 힘들게 연습을 많이 했을 테고, 그래서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정말 컸을 텐데 황대헌은 그 상황에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SNS에 마이클 조던이 했던 유명한 말을 올리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요. 


"Obstacles don't have to stop you.
If you run into a wall, don't turn around and give up.
Figure out how to climb it, go throug it, or work around it."
(장애물이 너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벽을 만나면 절대로 뒤돌아 포기하지 마라.
어떻게 그 벽을 타고 올라갈 건지, 뚫을 건지, 돌아서라도 갈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라.)


그리고 황대헌 선수는 다음 1,500미터 경기에 출전해 힘차게 뛰었습니다.


https://youtu.be/BnYC9qLTNMs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전 경기의 실격패에 대해 "나도 사람이니까 괜찮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벽을 두드렸다"라고 한 말을 들으며 뭉클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차준환 선수의 모습 또한 울림이 큽니다.

차준환 선수는 프리스케이팅을 하며 첫 번째 점프에서 아주 크게 넘어집니다.

착지하면서 발이 흔들리거나 엉덩방아를 찧은 정도가 아니라, 바닥에 온 몸으로 꽈당 넘어집니다. 다치치 않았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올림픽 순위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에서, 그것도 초반 첫 번째 점프에서, 심사 위원들 바로 앞에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꽈당 넘어진 차준환 선수는 실망감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벌떡 일어납니다. 


더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차준환 선수는 완전히 집중하며 그동안 준비한 다음 연기를 하나씩 해나갑니다. 너무나 떨릴 텐데, 넘어지고 나서 다리가 후들거릴 텐데, 큰 실수를 한 것을 어쩌나 싶어 고민이 되기도 했을 텐데 그 모든 것을 안고 자신이 해야 할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해냅니다. 


https://youtu.be/ApfQbuPv1YI





저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든 고비가 참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유리구슬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힘이 드는데, 자꾸 실망스러운 일들이 생기는데,  그래도 노력하는데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결과도 생길 수 있으려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습니다.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에 미래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유리구슬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금은 힘이 들지만 나중에는 좋은 일들도 생긴다면, 누군가 그럴 거라고 보장해준다면 조금 더 힘을 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유리구슬은 없었습니다. 매번 바람만 갖다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하고 피식 웃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를 보여주는 유리구슬은 없지만, 만일 있다면 그 구슬 속에서 보고 싶은 내 미래 모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 것이었지요. '10년 후, 20년 후 난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조금씩 행동으로 실천해보았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했고, 맡은 강의 준비를 더 정성껏 준비했고, 나 자신과 타인에게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처음 그런 생각을 한 이후 20년이 지났습니다. 

과거의 저에게로 돌아간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잘했다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지금의 저는 또다시 생각합니다. 


10년 후를 볼 수 있는 유리구슬이 있다면
그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그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황대헌과 차준환 선수, 그리고 올림픽 경기에서 실패와 실수를 딛고 새로운 순간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뭉클했던 건 아마 그분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힘들고 괴롭지만 나아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며
다시 움직인다.




요즘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제가 20대, 30대에 했던 고민을 비슷하게 하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 


큰 성공을 꿈꾸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야를 조금 넓혀 내가 원하는 모습, 내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그려보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미래를 보여주는 유리구슬이 내 손에 있다면 그 속에서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은 어떤지. 원하는 모습에 다가가 있는 미래의 나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현재 삶에서는 미래의 나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해보는 겁니다. 



지난 며칠 동안 아들 녀석은 좋지 않은 결과를 마음에 품고 풀이 죽어 있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 다시 시작하기에 21살이면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닐까요?"라는 말을 나름 심각하게 했다가 "이 녀석, 그게 지금 50이 넘은 엄마 앞에서 할 소리냐, 그럴 거면 엄마랑 나이 바꾸자!" "하기 싫으면 싫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라!"는 핀잔과 함께 저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습니다. 아프다며 엄살을 피우는 모습에 우리는 같이 웃었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들 녀석에게는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지난 시간 동안 노력하며 성장한 것을 저도 알고 본인도 압니다. 노력, 성장, 나아가고 싶은 방향.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쉬운 결과, 내가 처한 상황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다행히, 녀석은 다시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저는 응원해줄 겁니다. 


혹 당신도 안 좋은 일을 겪고 마음이 안 좋은가요? 나아가다가 꽝 넘어졌나요? 그건 당신이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만히 앉아 좋은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벽을 뚫기 위해 몹시 기특한 노력을 했다는 뜻입니다. 황대헌 선수도 차준환 선수도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모습은 거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뛰었습니다. 결과를 떠나 우리는 그 모습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뭉클했지요. 


우리가 감동한 그 선수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우리도 그렇게 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를 위하고 돕는 방법은 무엇인가 



살아보니 인생은 생각보다 긴 것 같습니다. 몇 번의 실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당신은 지금까지 잘 해왔습니다. 노력하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 속에서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사람도, 좋은 일도 많이 만날 거예요. 


제 아들을 응원하듯,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소중한 한 마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