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이 51세였던 1892년 뉴욕 국립음악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다. 1894년에서 1895년에 걸쳐 완성된 이 첼로 협주곡은 드로브작 미국 시대의 최후를 장식하는 것으로, 보헤미아와 미국 민속 음악이 결합된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 곡을 만들 당시 드보르작은 체코의 시골 넬라호제베스에서 태어나 지냈던 터라 복잡한 뉴욕 생활이 불편하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이지만 처형이 된 요세피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향수병이 더 깊어져 곡 작업에 더욱 몰두했다. 이 때 낯선 나라에서 지내며 겪은 새로운 미국 음악과 문화는 드보르작에게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는데,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와 현악 사중주 제12번 '아메리카', 그리고 '첼로 협주곡 B단조'까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멋진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곡은 단순한 첼로 협주곡이라기 보다는 오케스트라와 첼로를 위한 교향적 협주곡이라 칭한다. 브람스는 이 곡을 듣고 난 후 "난 왜 첼로로 이렇게 멋진 협주곡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하고 탄식어린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드보르작의 천재성을 인정하고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894년 3월 경으로, 드보르작이 당시 음악원 동료였던 빅터 허버트의 첼로 협주곡 2번 공연을 보고 나서였다. 첼로라는 악기를 활용해 훌륭한 협주곡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동향 출신 첼리스트 인 하누슈 비한의 도움을 받았다. 이에 드보르작은 비헌에게 완성된 이 곡을 헌정했다. 하지만, 수정작업 때 둘 사이의 의견 충돌이 때문에 비헌은 초연에서 빠지게 된다. 결국 1896년 런던 필하모닉협회의 초청으로 런던 퀸즈 홀에서 초연이 거행됐다. 드보르작이 지휘하고 영국 첼리스트 레오 스턴이 연주한 초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아직까지도 현존하는 첼로 협주곡 중 드보르작의 이 곡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악장 : 알레그로(Allegro)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의 악장이다. 서주 없이 제1주제가 현악을 배경으로 저음의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며 시작한다. 이어 현악기와 목관악기들이 합세해 주제를 반복하고 나면 호른이 보헤미아의 서정을 담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작곡가 자신도 뭉클함을 느낀다고 고백할 정도로 만족해했다.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주제를 반복한 후 첼로가 등장해 제1주제와 제2주제를 차례로 연주한 후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켜 나간다. 전개부는 제1주제의 변형으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첼로는 현악기와 플루트를 배경으로 제1주제를 압도적인 연주로 그려낸다. 재현부에서는 제2주제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이어 첼로가 이어받은 후 오케스트라가 제1주제를 활기차게 연주한다. 그리고, 다시 첼로가 이어받아 화려하게 발전시킨다. 마지막엔 제1주제를 중심으로 한층 대담하고 장엄하게 전개한 뒤 끝을 맺는다. 악장 전체에 제1주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주제는 마지막 3악장에도 등장하면서 순환 구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악장 :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Adagio Ma Non Troppo)
G장조로 연주되는 세도막 형식의 악장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움과 더불어 지난 날 사랑했던 한 여인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이 녹아있다. 오보에와 바순,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가 목가적이고 애수어린 제1주제를 연주하면 첼로가 등장해 이를 반복한다. 이어 오케스트라와 첼로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나가다가 G 단조로 변하고 부터는 오케스트라가 팀파니를 동반해 격렬한 연주를 펼친다. 그 후 첼로가 풍부한 표정의 제2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주제는 한때 사랑하는 연인이기도 했던 처형 요세피나 체르마코바(Josefina Cermakova)가 좋아했던 드보르자크 자신의 가곡 〈나를 혼자 내버려주오(Kéž duch můj sám)〉의 선율을 차용한 것이다. 이 작품을 쓸 당시 요세피나는 중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따라서 드보르자크는 애도의 마음으로 이 악장을 작곡했다.
3악장 : 피날레(Finale. Allegro Moderato)
자유로운 론도 형식의 악장이다. 드보르자크의 특징을 잘 드러낸 악장으로 보헤미아의 민속 춤곡과 흑인 영가풍의 멜로디가 교묘하게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호른과 목관 악기로 시작해 첼로가 제1주제를 힘차게 연주하고, 계속해서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이어 첼로가 D장조로 주제들을 다시 재현하면 오케스트라가 동기를 반복하다가 점점 조용해지면서 오보에가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계속해서 첼로가 민요풍의 주제를 독주로 들려주다 목관 악기와 함께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룬다. 이를 플루트가 이어받고 현악기에 의해 B 장조로 재현된다. 다시 힘차게 오케스트라가 약진하고, 첼로도 화려한 기교를 뽐낸다. 후반부에는 2악장의 제2주제였던 이른바 요세피나의 테마가 다시 등장하고, 1악장의 주제도 다시금 재현되며 용솟음치듯 열기를 발산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Reference]
신세계와 함께하는 예술의 전당 토요콘서트(93번째) 프로그램 노트
네이버 지식백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