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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비기 May 21. 2022

ppt디자인 요청할 때, 결과물 퀄리티 높이는 법

ppt 디자이너가 말합니다.

앞선 글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ppt로 결과물을 만드는 디자이너예요. 파워포인트가 주 툴이죠. 그래서 사실 누군가는 쉽게 보기도 해요. 파워포인트야말로 너도나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만국 공용 프로그램이니까요. 그래도 한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었더니 제 나름의 원칙과 정의를 내린 부분들이 꽤 생겼어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오늘도 이야기하려구요. 이번 글에서는 <ppt디자인 요청할 때, 결과물 퀄리티 높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01. ppt디자인의 단계 (주관 100%)

제안서, PT, IR, 회사소개서 등 제가 작업하는 모든 자료들은 목적에 따라 성격에 따라 작업방식도 천차만별이지만 ppt파일 하나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결국엔 '하나의 결'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는 보통 기획단에서 디자인 요청을 받습니다.


"어디에 쓸 어떤 내용의 어떤 자료이고 언제까지입니다"


그리고 초안 파일을 함께 받아 보는데요. 일정과 내용을 대략 전달받아도 이 초안 파일을 열어보는 순간에는 언제나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자료가 왔을까? 아 제발제발제바 ~ ㄹ~"


파일을 확인하면 반응은 둘 중 하나입니다. 경악을 하거나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거나. 저는 초안의 상태에 따라 그 수준을 3단계로 나누는데요.


- 1단계 기초수준 - 짜깁기 수준을 말합니다. 내용이 미완성인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담당자도 (아마) 잘 모르는 단계입니다.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 2단계 정리수준 - 내용이 분명하고 하려는 말이 있는 수준입니다. 전체 흐름의 골격이 잡혀 있습니다.

- 3단계 디자인수준 - 확실한 내용이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의도적인 구성이나 아이디어가 첨가된 수준입니다. 콘텐츠가 편집되어있습니다.

      ex. 적절한 이미지, 차트, 폰트 등을 사용 (아무거나x)

      ex. 주저리주저리 적지 않고 완성형으로 다듬어진 텍스트 (문체, 양 등의 측면에서)


단계별로 천차만별인 초안을 받으면, 디자이너는 한 단계 레벨업을 시킵니다. 정리가 안돼 있으면 정리를 해서 보내고, 디자인이 없으면 디자인을 해서 보내고, 완성된 초안이라면 더 전문적인 스킬이나 감각을 활용하여 퀄리티를 고급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위에서 아래로 단계가 내려갈수록 디자이너의 분노 게이지는 높아집니다.

아래에서 위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디자이너는 더 고민하고 고차원의 작업을 하게 됩니다.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는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시간과 보수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여의치 않다면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디자이너에게 "이것까지 당연히 내 일이지"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소명의식이나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그럴 일이 잘 없습니다. ^^


02. 아 그래서 결론은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잘,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서 프로젝트에 임하신다면 분명 그건 디자이너에게도, 나아가서는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나에게는 이 자료를 넘겨받아 다듬고 정리해 줄 디자이너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만들어 보세요.  자료는 내가 만들고 내가 끝낸다. 라는 의지와 각오로 말이죠. (예쁘게 다자인하라는 의미X)

여러분이 생각한 거대한 그림이 있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원하신다면 디자인만 갈아 넣는다고 완성할 수 없습니다. ppt디자인이 그래요. 한 장짜리 포스터나 전자제품 사용설명서 같은걸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전체가 흐름과 맥락이 있고 한 장 한 장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 책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는. 함께요.

누군가 보고 지루해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내가 기획한 '쇼'에 빠져들게 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환호와 박수를 받아내는 게 우리 공동의 목표 아닌가요.

만약 기획 자체가 부실하고 알맹이가 없는데 디자인이 매 페이지마다 장난 아니야, 난리 났어 막. 현란 화려 와 쩐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내용이 없는데 말이죠.


03. 붙이는 말

본 글은 어디까지나 ppt자료들을 디자인하는 조금은 특수한 저의 주관 100%의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모든 디자이너가 같은 생각, 같은 방식은 절대! 아니에요.

저만 그럴 수도 있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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