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에서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비가 많이 오네.
친구들이랑 원주님이랑 같이 홍천에서 보내는 밤. 이렇게 강에서 놀아보는 거 처음인 것 같아. 물살이 진짜 빨랐다. 신기해.
한국에는 참 다양한 곳들이 있구나. 나는 국내를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수연 덕분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어딜 가든 네 생각이 떠올라.
한옥에서 머무는 것도 수연과 함께했던 것이 처음이었는데 이곳도 한옥을 예쁘게 꾸며놓은 집이다. 서까래와 마루가 있는 한옥.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무척 평화롭다.
틈틈이 일도 하고, 이렇게 예쁜 곳에서 머물면서 일하는 것도 참 좋구나 싶었다.
친구들의 이야기, 원주님이랑 남편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 좋았어. 원주님과 함께라서 정말 좋다. 가까이에 이렇게 닮고 싶고 배울 수 있는 분이 계시다니.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수연과의 관계를 통해 역시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정말 어렵구나,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멀은 것 같고.
세상엔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삶이 있고 누구나 자신만의 답이 있을 테니 나도 내 그림을 예쁘게 그리고 싶어. 쓰고 싶은 색으로, 그리고 싶은 풍경으로. 그러고 보니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을 때 그림 그릴 수 있잖아 나는. 그림 그릴 수 있는 마음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을 선물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