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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Aug 15. 2023

붉은배새매



붉은배새매 수컷, 홍채가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2023년 6월 중순부터 보이기 시작한 붉은배새매 수컷. 며칠 간격으로 모습을 보였다가 감추기를 반복했다. 주로 나타나는 곳은 작은 하천 인근의 둑길. 주변에 암컷이 있으면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거의 매일 그곳에 들렀다. 하지만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수컷만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결국 붉은배새매의 번식 모습은 관찰할 수 없었다. 왜 녀석은 혼자서 이곳을 찾은 것일까?


전신주 기둥에 자리 잡은 붉은배새매 수컷, 이곳에서 주변을 살피며 먹이를 찾는다. 때로는 사냥한 먹이를 먹는 장소다.

붉은배새매는 여름철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주로 4월에 찾아와 9월경 우리나라를 떠난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살아가지만 개체 수가 극히 적어 주변에서 쉽게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필자도 2015년 1월 주남저수지에서 암컷 붉은배새매를 보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나 수컷을 보게 되었다. 과거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하나, 서식지 파괴 등으로 그 수가 급감했다. 현재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천연기념물 제323-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9년 전 주남저수지에서 붉은배새매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여름철새인 붉은배새매가 한겨울에 관찰되어, 과연 붉은배새매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사진을 본 여러 조류사진사들의 의견이 붉은배새매가 맞는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어째서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고 겨울을 보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른 아침, 몇 컷의 사진을 남기고 녀석은 홀연히 안개 자욱하게 낀 들판 한가운데로 사라져갔다.


붉은배새매 수컷

붉은배새매는 암수가 뚜렷이 구별되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수컷은 검붉은 홍채를 가진 반면 암컷은 홍채가 노란색을 띠고 있다. 몸길이는 30cm 가량으로 비둘기보다 조금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붉은배새매라는 이름답게 배에 붉은색 깃이 나 있다. 부리는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있다. 수리과에 속한 흰꼬리수리나 독수리와 달리 다리에 깃털이 덮고 있지 않아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흰꼬리수리, 다리를 풍성한 깃털이 덮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붉은배새매. 현재, 녀석이 사는 강 본류 수계의 하천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여기까지 그 여파가 와닿고 있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이곳도 개발이 진행될 것 같다. 내년에도 녀석이 이곳을 찾아올까? 내년에도 녀석이 이곳을 꼭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왕이면 짝을 만나 번식을 하는 모습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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