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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약사 Apr 23. 2020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병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다. 전 국민이 환호했다. 2010년의 나는 아프리카에서 돌아와서 백수로 지내고 있었다. 김연아는 오직 실력 하나로 21살에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30살 백수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너무 부럽고 질투 난다고… 누가 들으면 우스워서 코웃음을 칠 것이다. ‘네가 뭔데 김연아를 부러워하고 질투해.’ 아니 나 스스로도 그랬다. 


'내가 감히 김연아를 부러워할 자격이나 있을까?' 







나와 김연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떻게 그녀는 저 어린 나이에 전 세계에서 최고가 되었을까. 30살에 재취업도 못해 백수로 살고 있는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다. 그녀와 나의 차이는 명명백백했다.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후로 그녀는 오직 한 길을 걸었다. 엄청난 연습을 했다. 그녀가 올림픽 당일 보여준 모습은 그녀가 뚝심 있게 걸어온 삶, 연습량 그 자체였다. 


뚝심 있게 하나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끈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대학생 때는 매 학기 새로운 체육을 배워보고 싶었다. 아예 작정하고 한 학기에 두 개 이상씩 체육과목을 신청했다. 펜싱, 택견, 수영, 태권도, 재즈댄스 등등… 하나를 시작하면 몇 년씩 꾸준히 한다는 건 내 삶에서 상상해 볼 수 없었다. 딱 한 학기짜리 배움과 경험만 채웠다. 꾸준히 해보려고 한 건 영어공부 정도였지만 학원을 끊어놓고 한 달을 제대로 다녀본 적은 없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병

회사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병’이 자꾸 도졌다. 못하면 병 날 것 같아서 퇴사를 했다. 자전거 세계일주가 목적이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면서 지방을 돌아다녔다. 이제는 귀농이 하고 싶어 졌다. 지방살이를 몇 개월 했다. 그런데 내가 애초에 내가 생각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예 해외로 가자고 생각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2년간 봉사활동을 갔다. 갈 때만 해도 비장했다. 활동을 마치면 거기서 대학도 다니고 새롭게 내 직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2년 활동하고 나니 한국에 오고 싶어 졌다. 한국에 와서 결혼을 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좀 알게 된 것 같다. ‘무엇 하나 꾸준히 하지 못하는 사람’, ‘호기심만 많은 사람’ 이럴 거면 아예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그 돈으로 해보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재취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도 뽑아주지 않았다. 30살에도 여전히 아마추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습니다!’라고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신입사원 때나 가능한 것이지, 30살에는 잘 닦아 온 자신의 실력이 필요한 나이가 아니겠는가. 직장들이 나를 거부하니 내가 직업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나에게 더욱 솔직해지기로 했다. ‘너 어차피 직장 들어가도 분명히 금방 때려치우고 싶을 거야.’ 그때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끈기 없는 나.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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