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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Dec 09. 2018

영화와 과학이 만났을 때

어떤 허황된 상상에 대하여 ㅣ 과학단상



영화 <음란서생>을 본 사람이라면 최초의 영화(동영상)는 음심 가득했던 조선시대의  한 선비가 만들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최초로 상영된 상업적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다. 1895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처음 상영됐을 당시  기차가 스크린 밖으로 달려 나오는 줄 알고 관객들이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최초의 SF 영화는 1902년에 상영된 <달세계 여행>이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켓이 박혀 달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영화 포스터를 기억할 것이다. 동화 같은 발상이지만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훨씬 이전에 사람이 달에 간다는 상상을 했다니 놀랍다. 이 영화를 만든 멜리어스는 연극배우이자 마술사였다. 달에 간다는 것은 마술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67년 후에 이 마술은 현실이 된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 <사진 출처=위키백과?


영화와 과학기술은 자웅동체다. 1964년 제작된 007 시리즈 <골드 핑거>에서는 GPS를 예견했다. 1995년에 개봉된 <코드명 J>에서는 인간의 두뇌에 데이터를 이식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현재 미국 연구팀이 두뇌에 메모리칩을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1982년 개봉된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건물 사이로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설정한 미래가 2019년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개발 중이다. 


한국 영화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괴물, 도둑들, 7번 방의 선물, 광해,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 등 1000만 관객 한국영화를 보면 장르와 소재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거의 유일한 미개척 분야는 SF영화다. 돈이나 기술과 직결되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거의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저예산 SF영화까지 외면하는 상황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합작해 SF영화를 만든다(거나 투자를 한다). 과학자들이 직접 시나리오 제작에도 참여하고 영화 속 장면도 감수한다. 영화는 뜻하지 않게 대박이 난다. 관객 1000만 명 돌파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린다. 허황된 상상이라고? 영화와 과학의 출발은 원래 그런 허왕된 상상이었다. 


영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 영화의 재미는 배가되고 과학은 흥미를 끈다. 몇 해 전 개봉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이 다시 한번 그것을 증명했다. 1000만 명이 아니라 10만 명을 겨우 넘어도 대덕에서 만들어진 영화 한 편 꼭 나왔으면 좋겠다. 어지간한 연구성과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by 책방아저씨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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