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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비련씨 Oct 04. 2023

접두사 '개'

아련한 애련씨 14. 품위 있는 욕

아마도 딸램이 초등학생 시절이었을게다. "엄마 개맛있어!" 

비속어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개'라는 말은 별로 좋은 말이 아니니 쓰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딸램 하는 말이 "그럼 진짜 좋다는 말을 어떻게 해?"였다. 접두사 '개'는 최상급을 나타내는 시대적 표현이다. 내가 살던 1990년대쯤은 "짱", "캡" 대략 이런 말들로 최고의 찬사를 부여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격식 없는 사람이며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이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으로 표현을 무자비하게 사용했었다. 접두사 '개'또한 잘 쓰는 표현이며, 나름 귀여운 욕이라고 "썅"이라며 짧게 괴성을 지르곤 했다. 말이 거칠면 표정도 거칠어진다. 특히 눈빛이 온화하지 않다. 언제라도 전투 준비가 된 나는 누군가 나의 감정을 건드리면 우선 눈빛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아름답지 않다. 내가 쓰는 말과 나의 모습 모두 아름답지 않다. 중력은 공평하게 온몸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보톡스로도 세월을 지울 수가 없다. 머리는 염색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흰머리가 무한 자라나고 있다. 이젠 내면부터 우아미를 가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이젠 우아하게 살아야겠다고.... 그 첫 번째 결심이 접두사 '개'를 쓰지 않는 것이며, "썅"또한 외치지 않을 것이다. 축 쳐저버린 입고리를 의도적으로 올리고 아주 얇팍한 미소를 항상 입꼬리에 매달고 다니기로 했다. 뭐... 처음에야 어렵겠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의 지인이 하는 표현중 "어리석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상대방이 잘 못했을 때 욕 대신 하는 말이다. 아주 우아하다. 다음엔 이런 표현들을 써봐야겠다 결심해 본다. 아름다운 말과 우아한 욕을 수집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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