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래 Jul 03. 2023

12. 상담이 끝나고 나서











상담을 끝내고 집에 와서 상담사가 준 검사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깊이 잤다.      


상담 다음 날 아침, 나는 병원이 여는 시간을 기다려서 전화했다. 다음 상담은 취소하고, 상담 내용에 대해 항의했다. 전화에서는 의사에게 항의를 전해주겠노라고 했다.


하필이면,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그다음 날부터 병원은 한 달간 휴가였다. 나는 한 달 동안 상담에서 들었던 말을 곱씹으며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 상담은 실수였다고 착오가 있었다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병원이 문 닫는 시간이 되자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내 항의에 대해 한마디라도 대꾸를 들으려면 한 달이 지나야 했다.   

       

‘그 상담사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나는 성희롱 피해를 극복 못 했고, 판단력도 떨어지고,

어린 시절부터 내 인생은 단추가 잘못 끼어졌고,

그걸 억압만 하고 있고….’     


그러다가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위험한 상태인지도 몰라. 그럼 어떡해?

하지만 이렇게 무너지면 결국 상담사 말이 옳다는 뜻밖에 안 되잖아?

그건 싫어.’      


그러자 삶에 대한 자신감이 훅 꺼지고 숨이 가빠왔다.     

 

그러다가 또…      


‘어쨌든 그 사람은 내가 이렇게 상담을 취소하고 항의할 거라는 건 몰랐잖아.

그리고 정말 내가 그렇게 위험한 상태였다면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해선 안 됐던 거잖아.’     


나는 지기 싫어서라도 괜찮아지려고 했다.      


인스타그램: @adhd_in_borderla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