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즐기는 커피타임의 의미
나의 두 번째 회사생활이 시작된 어느 날,
첫 출근은 여타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사기록카드 작성 및 PC 수령, 세팅 자잘한 일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 팀과의 첫 대면
"안녕하세요 춘천에서 올라온 **묵이라고 합니다"
나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춘천은 곧 닭갈비와 막국수를 지칭하는 대명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야기는 바로 나왔다. 춘천이란 단어에서 벌써 닭갈비 냄새가 가득 배여있는 듯했다.
이렇게 내 이미지는 닭갈비와 막국수로 굳혀져갔다. 자기 소개를 마친 뒤 나는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세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얼마 안 있다가 2달 전 먼저 들어온 선임님 한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커피 한잔할래요?"
같은 파트원 몇몇 분과 바로 올라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주셨는데 비록 천원짜리 아메리카노에서 새로운 동료분들의 조금의 관심과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1시간여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런 상황이 내심 좋았다.
누군가에게 먼저 선뜻 커피를 마시자고 말을 걸어 준다는 게 나에게는 쉽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첫회사에서는 정말이지 커피를 마실 여유가 거의 없곤 했다.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전화들 난 그 전화들을 뚫고 카페에 가기란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뭔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예감은 현실이 된 것일까 그 뒤로 우리 팀분들은 아침마다 우르르 몰려가 커피를 마시며 30분씩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왔다. 사람들은 으레 개발자라고 하면 안경 쓰고 후드티 뒤집어쓴 사람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코드만 열심히 짜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 있는 거 같다. 물론 뼛속까지 개발자분들이 간혹 있다만 그런 분들은 예외로 하자
별거 아닌 커피타임 같지만 나는 이런 시간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일을 하다 보면 분명히 내 능력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일단 구글에 검색을 열심히 해본다(외쳐 갓구글!)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그다음은 선배들 혹은 동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는 내가 문제 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3시간 이상 넘어가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생각하고 시간을 아끼려 문제를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이럴 때 커피타임의 진가는 나타난다. 의미 없는듯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만으로 나와 동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점점 생기고 있던 것이다. 흔히 잡담은 무용지물이라고들 말하지만 사회에서 중요한 소통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서로 어색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소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붙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직 낮은 연차인 나에게는 큰 성장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렇게 물어봄으로써 해결이 되었다.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내가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것이지만 모든 문제를 나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의미 없는 소통은 없다. 어떠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준다. 그런 소통이 하나하나 쌓여 믿음이 되고 협력하는데 중요한 통로가 된다. 회사는 나 혼자 일을 하는 게 아닌 같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소통하는데 노력을 더 기울이려고 한다.
앞으로 나도 새로 오신 분들에게 커피 한잔하러 가자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