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안에 깃든 의미
개발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은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의아해할 부분일 테다. 프로그래밍은 변수나 함수 등등 여러 개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은 고유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코드들과의 모호성을 피하기 위해 또 가독성을 위해 이름은 매우 중요하다. 매우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https://gist.github.com/gogotr-hub/55f35ad5f60b44226796b4eae2064b99
"청민작가님의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나"
이와 같은 텍스트를 출력하는 자바스크립트 예제이다. 위에 두 개의 함수의 기능은 동일하나 함수의 이름, 변수명이 다르다. 그냥 봐도 저 아래 함수의 역할이나 변수의 기능을 알기가 매우 힘들다.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개발자들은 항상 고민한다 좋은 이름, 코드를 위해서 물론 정형화된 형식의 네이밍 방법으로 작업하지만 그래도 단어의 뜻을 항상 생각하며 작업한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분이랄까. 최종적으로 작성 후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러한 성취감은 더욱 뚜렷해진다. 개발자를 하는 중 보람된 순간 중 하나이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문득 이름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서로 다른 비슷한 존재들을 구분해주는 꼬리표 같은 것일까?
내 어릴 적 별명은 도토리묵이었다. 어렸을 때는 거의 십중팔구 이름으로 별명을 짓곤 하지 않는가? 이런 별명으로 인해 내 친구들과 유년시절의 기억은 또렷해진다. 단순히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부르고 지냈을 뿐인데 유독 그 시절이 기억에 잘 나곤 한다.
우리는 특별하거나 애정이 가는 것에 별명이나 이름을 붙이곤 한다. 이렇게 별명을 붙이면 유독 그것에 더 관심이 가고 애착이 간다. 우리는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그것 혹은 그 사람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나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내 기억한 구석에 또렷이 자리를 잡게 된다. 마치 책 맨 앞 목차처럼 어떠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색인(index)이 된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름을 다른 사람들과 나를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이것이 이름의 존재 의의이자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존재가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억이 인간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서 이름이란 단순히 구분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생의 매 순간순간을 또렷이 구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기억으로써 존재하고 기억은 이름으로 기억된다. 곧 이름이란 인간을 인간이라고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도 나에게 특별한 존재에게 별명을 지어주는 건 어떨까? 물론 좋은 별명을 지어주어야 하겠지만 보다 더 뜻깊고 오래가는 사이/기억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