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Mar 22. 2024

오늘을 살아내야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끝없는, 매일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 결단이란, 오늘을 살아내야지, 하는 것이다. 오늘을 앞에 두고, 우리는 과거에 시달린다.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에, 증오에, 후회에 뒤엉켜 오늘을 마주하지 못한다. 눈 앞에 사랑할 사람과 뛰어들 세계와 시작해야 할 아침이 있지만, 내 안에 켜켜이 쌓인 그 무언가에 짓눌려 오늘을 보지 못한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미래란 없다.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실, 미래는 허상에 가깝고,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건 과거이고, 우리 앞에 있는 건 현재 뿐이다. 그래서 삶은 사실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과거에 우리가 경험한 결핍에 집착하며, 그 결핍을 채우려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내가 지금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것은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의 복수심 때문일 수도 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돈 때문에 무시당했고, 그를 내려다보며 깔보기 위해 오늘도 돈에 집착하고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당한 폭력 때문에, 그 상처를 잊을 수 없어 권력과 힘을 가진 존재가 되는 데 집착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오늘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매일 자신을 마주하고, 결단해야 한다. 나는 오늘을 살겠다고 말이다.


오늘을 살겠다는 건, 오늘만 살고 죽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 안에 켜켜이 쌓인 온갖 결핍, 상처, 죄의식 등을 걷어내고 투명하게 오늘 하루를, 그리고 나에게 놓은 것들을 바라보겠다는 뜻에 가깝다. 도대체 나는 무엇에 그리도 시달리고 있는가?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무겁단 말인가? 그 모든 게 무엇이란 말인가? 왜 그 모든 것들 때문에, 나는 오늘 내 앞에 주어진 봄날을, 햇빛을, 아침을, 공원을, 바람을 사랑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질문에 매일 답해야 한다.


내가 나의 마음을 등한시한 채, 그 무언가에 쫓기거나 그 무언가를 쫓으면서 맹목적으로 살고 있다면, 이불의 먼지를 털어내듯 '그 무언가'를 털어내고, 내 마음을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은 거의 매일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는 너무도 많은 먼지들이 쌓여 있고, 그 먼지에 따라 우리 삶은 흘러가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 있다면, 그것은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홈이 패여 있고, 내 삶은 그 홈을 따라 흐르는 물이다.


그 홈이 우리를 마땅히 더 나은 미래로 인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은 스스로를 옥죄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백지'가 되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가, 만약 얼마 뒤 죽는다고 하여도 나는 이대로 살 것인가, 내가 정말로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로 사랑하고 마주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걸 매일 생각하고, 매일 그것들을 마주하는 결단을 연습해야 한다.


내가 매일 글을 쓰는 건, 누가 글을 안 쓰면 두들겨 패는 것도 아니고, 매일 글 쓴다고 해서 누가 돈 주기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매일, 나는 홈 파인 길을 따라 흘러간다. 그리고 매일, 나는 그 홈을 새로 파길 바란다. 나의 자유의지로, 나의 자율성으로, 나의 온전한 마음과 의지와 힘으로, 매일 내가 원하는 오늘에 있길 바란다. 내가 바라는 진짜 나로 오늘 하루도 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에는 명랑한 결기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