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참 어려운데 말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매 순간이 심판대에 서는 느낌입니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밀려오지요.
오늘 점심 뭐 먹을지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채널에 광고를 할지 말지, 우리 패키지는 어떤 종이 재질을 써야 할지, 상세페이지에 쓰이는 이 폰트는 괜찮은 건지.
인스타그램 피드 하나를 작성할 때도 작은 표현 하나하나를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는 것이 브랜드 운영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결정들이 모여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선택과 결정들은 사실 매 순간 아주 무겁습니다.
저는 앞선 글에서 밝힌 것처럼 돌다리를 백만 번 정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한 타입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특징인데 이게 참 장점이기도 그리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속도를 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타협하고 넘어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집요한 고민 끝에 결정했던 것들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 그 덕분에 우리의 진정성이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열하게 더 고민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깊게 고민할 것과 빠르게 결정 내려야 하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깊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브랜드를 이루는 핵심이 되는 것들은 깊게 고민해야겠지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요즘 우리 팀의 노동 시간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샴푸바 트리오' 론칭 과정이 그러했습니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종이의 양도 더 줄여보자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기획이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후보가 나왔고 사용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디자인도 여럿 있었습니다. 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앞섰으나 이번 기획 목적인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였지요. 그리고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패키지 생산 원가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듯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선택은 집요하게 고민하고 집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소비자를 만날 때까지 몇 달을 거쳐 수정과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이제 진짜 3월엔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그밖에도 다양한 고난과 시련이 있었는데, 그것은 '호호히'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인스타 라이브도...할거예효!)
그러나 짧게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아이디어들도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진행했던 비건 젤리 프로모션이 그 예시입니다. 호호히 고객분들께 우리가 전하고 싶은 다양한 가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 는 이야기를 팀원들과 이야기하다가 툭 떠오른 아이디어였습니다.
'비건'이라는 가치를 호호히를 통해 알려 드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제품 보낼 때, 비건 젤리나 초콜릿 같은 간식을 넣어드리면 어떨까?
선물로 드릴 간식 후보를 정하고, 구매해서 먹어보고, 마케팅 키 메시지를 정한 후, 상세페이지를 제작하여, 프로모션을 실행하는 것까지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코어 벨류가 단단할 경우 이와 같은 실행안들은 너무 깊은 고민 없이 빠르게 해 보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많이 서툴고 참 어렵습니다. 가끔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어 실행력을 떨어뜨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스스로 무언가 잘못됐다! 깨부수자! 며 다행히 정신을 차리기도 합니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결정을 해 나간다는 것이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쌓일수록 더욱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는 것.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