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에 있는 건물들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IQ 검사는 대표적 좌뇌 검사이다. 우뇌 검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는 언어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인간의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잘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우뇌는 인간의 우수성을 대변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이거나 애매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우뇌를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우뇌야 말로 규칙과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세상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뇌는 시각적 공간적 인지 능력에 강하다. 좌뇌는 신체 우측 공간만을 인지하는 반면에 우뇌는 좌측 공간에 더 특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양측의 공간을 모두 인지할 수 있다. 이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듯이 큰 그림을 보려는 우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두정엽의 뒤쪽 부분에서는, 신체 감각정보, 후두엽의 시각정보, 측두엽의 청각정보가 기억에 관한 정보들과 함께 통합된다. 이 부위를 두정연합영역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통합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주변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사물들에 대한 공간적 지각을 형성한다. 그래서 내 책상 위 오른쪽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왼쪽에는 커피잔과 몇 권의 책이 놓여 있고 책상 넘어 왼쪽 저 멀리에는 정수기가 있으며 오른쪽 창가 너머로는 도로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뇌는 공간의 좌측과 우측을 모두 인지하므로 좌뇌의 이 부위가 손상되어도 우뇌에 의해 신체 우측 공간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뇌의 두정엽 뒤쪽 부분이 손상되면 신체 좌측의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에게는 오직 우측 세상만 존재하게 된다. 만약 이들에게 경복궁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걷는다고 상상하면서 보이는 건물들을 말하라고 하면, 우측에 있는 정부 서울청사, 세종문화회관 등을 말할 수 있지만, 좌측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나 교보문고는 그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에게 반대로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경복궁까지 걷는다고 상상하면서 보이는 건물들을 말하라고 하면, 그는 우측에 있는 교보문고, 미국 대사관은 생각해낼 수 있지만, 세종문화회관, 정부 서울청사 같은 좌측에 있는 건물들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좌측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런 증상은 그림으로도 나타난다. 꽃이나 시계를 그리라고 하면 우측에만 꽃잎을 그리거나, 우측에만 시간을 표시하기도 한다.
우뇌 두정엽 손상 환자는 주변 공간뿐 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좌측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좌측으로는 옷을 입지 않거나, 씻지 않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좌측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사리진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에게 좌측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체 좌측 부위에 마비가 와도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하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우기며 병원을 나가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질병인식불능증’이라고 한다.
좌뇌는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반면에, 우뇌는 시각적, 공간적 지각 능력이 우수하여, 세부적 부분들을 통합하여 큰 그림을 보게 해 준다. 덕분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우뇌의 이러한 능력은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서도 쓰인다. 상대의 얼굴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눈, 코, 입, 귀 각 부분을 조합한 전체 모습을 보아야 한다. 수렵 시대에 동물의 얼굴을 알아채거나 주위 사람의 얼굴을 보고 친구인지 적인지 알아채는 능력은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뇌의 이러한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때때로 우리가 구름이나 바위, 화성 표면, 심지어 빵에서도 얼굴 모양을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뇌는 얼굴 인지에 특화되어있어서 눈, 코, 입이 약간만 형태를 갖춘 모습을 하면 무엇에서든 얼굴을 볼 수 있다.
얼굴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하나의 증표이기도 하지만, 감정 상태도 잘 보여준다. 상대방의 눈빛을 보거나 입가의 미소나 경련을 보면 그가 지금 어떤 감정적 상태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는 우뇌는 상대방의 감정 파악에도 관여한다. 변연계는, 항상성이나 감정과 같은, 살아가는 데 있어 원초적 부분과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데, 좌뇌보다 우뇌와 더 밀접하게 의사소통한다. 우뇌는 변연계를 통해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지금 어떤 심적 상태인지 가늠하도록 해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나 포유동물이 아기를 주로 왼쪽 가슴으로 안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시각 정보는 반대편 대뇌로 가는데, 왼쪽으로 안으면 표정과 감정을 담당하는 우뇌로 정보가 가기 때문에 아기와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뇌에 기능 저하가 생긴다면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ADHD 아이들의 대부분은 우뇌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이들은 타인의 생각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은 남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배경 사진: Photo by Ugur Pek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