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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Aug 16. 2020

39 좌뇌와 우뇌. 다섯 번째 이야기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좌뇌는 패턴에 익숙하기 때문에 패턴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들을 싫어한다. 반면에 우뇌는 패턴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사고하려 한다. 잘생긴 사람이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으면 재력이 있고 성품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며, 권위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모두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패턴화에 익숙한 좌뇌의 역할이 크다.


좌뇌는 ‘잘생긴 외모와 좋은 옷차림 = 좋은 성품과 부’, ‘자신감 있는 모습 = 믿음직스러움’, ‘권위 있는 사람의 말 = 진실’이라고 패턴화 하여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화는 판단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상 맞지만은 않다. 이로 인해 이미지나 언변이 좋은 정치인이나 외모가 출중한 연예인을 무조건 믿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며, 사기꾼의 뻔한 속임수에 당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 일을 우뇌가 한다.


우뇌는 새로운 것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좌뇌의 ‘A=B’라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덕분에 우뇌는 창조성을 발휘하며,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더 많은 공헌을 한다. 그러나 일단 이것이 충분히 익혀져서 패턴화가 이루어지면 좌뇌가 더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좌뇌는 자동차의 가속 페달과 같은 역할을 하고, 우뇌는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좌뇌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어서 회복탄력성이 있지만, 우뇌는 부정적이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감정에 충실하다. 따라서 좌뇌 전전두엽이 손상을 받아 기능을 못하거나 우뇌의 전전두엽이 지나치게 흥분되어 있는 상태는 불안, 걱정, 슬픔과 관련이 있다.


세타파는 졸음이 오거나 뇌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면 나타나고, 베타 파는 흥분, 불안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이다. 우울증 환자의 좌뇌에서 나오는 세타파나, 불안 장애인 경우 우뇌에서 나오는 베타 파는 이를 잘 보여준다. 좌뇌에 뇌졸중이 생기면 우뇌가 모든 일을 지휘하게 되면서 감정적 상태에 더욱 솔직하게 반응하게 되어 화를 잘 내기도 하며 또 쉽게 우울해지는 경향도 생긴다. 좌뇌의 분석적 능력이 사라지면서, 부정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세부적 사실에 무관심해지고 온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한 것처럼 부정적 감정에 짓눌리게 된다. 반면, 우뇌의 병변은 좌뇌가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되면서 그다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 뇌인 우뇌가 자리를 비우면서 현 상태의 심각성에 무관심해지기까지 한다.


좌뇌의 가속 페달과 우뇌의 브레이크는 감정적인 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면역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좌뇌는 면역계를 항진시켜 감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우뇌는 면역계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좌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계 항진이 안 되어 감기나 중이염 같은 질환에 걸리기 쉽고, 우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계가 과항진되어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걸리기 쉽다.


뇌는 신체 반대편을 조절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왼손잡이는 우뇌가 일단 우세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양손잡이는 양 손이 대등하게 쓰이므로 양 쪽 반구가 비슷하게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양 반구를 다 같이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뇌 속에서 명령권자가 둘이기 때문에 명령 체계의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양손잡이가 스포츠를 잘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 반구의 비대칭으로 인한 최적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는 한 손 잡이가 많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11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양손잡이가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에 비해 학문적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양손잡이들은 미신이나 비이성적인 믿음에 빠지는 경향이 한 손 잡이보다 높게 나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배경 사진: Photo by Ekaterina Koliad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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