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는 도장 선택 비결
예전에 검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지금처럼 검도의 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지만 요즘은 워낙 많은 정보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공유되다 보니 오히려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검도를 수련하기로 결심했다면 어떤 검도를 수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호구(검도구)를 착용하고 죽도로 수련을 하는 검도는 대한검도회와 대한검도협회로 나뉘고 해동검도는 대한해동검도협회, 한국해동검도협회, 한국 해동검도연합회 등으로 구분되는데 해동검도에 대해서는 지면에서 다루지 않는다.
호구를 착용하고 죽도를 사용하지만 대한검도회는 대한체육회 소속 단체인 반면 대한검도연합회는 대한체육회 소속 단체는 아니다. 당연히 전국 체육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검도는 대한검도회의 검도뿐이다.
예전에는 대한검도회의 검도를 수련한 자들에 한해서만 경찰 채용 시 무도 가산점을 인정했지만, 지금은 대한검도연합회를 비롯해, 한국해동검도협회, 한국 해동검도연합회, 대한 해동 검도협회 등의 검도 수련자들의 단증도 가산점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다만, 경찰 채용 중 공채가 아닌 경채에서 인정하는 무도 단증은 대한체육회 가입단체 3개 무도(태권도, 유도, 검도)가 유일하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경찰 채용 중 공채에서는 대한검도연합회, 한국 해동검도연합회, 대한해동검도협회, 한국해동검도협회가 모두 승단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받지만, 경채 부분 무도 경채에서는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대한검도회의 검도만 인정을 받는다.
물론 경채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4단 이상에 전국대회 우승 이상, 혹은 세계대회 입상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경찰청장기 대회 우승자에 한해서도 순경 특채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지역예선을 거쳐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검도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이면서 한국을 대표해 세계 검도연맹(FIK Interntional Kendo Federation)에 가입되어 있는 한국의 유일한 검도단체이다.
대한검도회의 연혁을 살펴보면 재미난 점이 하나 있다. 검도를 스포츠화 하고 주요 개념을 정의한 것은 당연히 일본이지만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 패망한 후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검도가 금지되는 등 침체기에 빠졌을 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도회를 조직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서울에서 대한검도회의 전신인 대한 검사회가 설립되고 1953에 비로소 대한검도회가 설립되지만, 일본은 미군정하에서 검도를 금지하다가 1952년에야 전 일본 검도연맹이 발족된 것이다. 1948년에 조직된 조선 검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 유일한 공식적 민간 검도 조직이 한국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한검도회 소속 도장은 공인도장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대한검도회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가까운 도장을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도장을 검색 후 클릭해서 들어가면 관장님의 단, 홈페이지, 연락처 등 자세한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공인도장을 찾았다면 어느 도장을 가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조금 더 상세하게 도장 선택요령을 공유할까 한다.
도장은 일단 집이나 직장,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주말농장을 할 때 농장 앞에 '농작물은 농부의 발 걸음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라는 안내판이 있었는데 검도도 마찬가지다. 검도 수련이란 것이 한 달에 한두 번 날 잡아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등록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가까운 도장을 몇 군데 뽑았으면 그다음엔 시설을 확인해 본다. 대부분의 도장들이 마룻바닥을 시공하고 수련을 하지만, 일부 도장은 여러 가지 여건상 매트리스나 고무판을 깔고 운동을 한다. 문제는 수련 중에 발구름을 한다던지 치고 나가는 동작을 많이 하는 검도의 특성상 마찰력이 높은 매트리스나 고무판에서 수련을 하는 경우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관장님, 직장에서의 거리 등 모든 조건이 완벽했는데도 도장 바닥이 매트리스인 곳에서 수련하다가 엄지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적이 있다.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관장님이 직접 지도를 하는 지의 여부이다.
무도 수련에는 '3년 수련을 멈춰도 좋으니 스승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가깝다고 하더라도 관장님이 도장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나와도 직접 호구를 착용하고 관원들을 지도하지 않는 도장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일부 관장님들은 지휘봉 하나 들고 관원들의 자세나 타격 등을 지도하기도 하지만, 그런 지도법보다는 같이 호구를 입고 직접 잘못된 부분을 교정시켜 주는 관장님들이 훨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검도에서는 '때리면 반성하고 맞으면 감사하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득점을 하더라도 자세, 타격 등이 모두 흠잡을 데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되 맞으면 나의 결점을 가르쳐 준 상대에게 감사하라는 말이다. 함께 호구를 쓰고 땀을 흘리며 관원들의 약점을 직접 때려서(?) 가르치는 관장님을 만나야 실력도 향상되고 감사할 수 있다. 내 선생님도 그렇게 가르쳐 주셨다. 칠순이 훨씬 넘은 노구에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호구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셨고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하셔도 항상 도복을 입고 도장 한 구석 작은 의자에 앉아 계셨다. 선생에 대한 존경과 감사는 언제나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절에 큰 스님이 계신 것처럼 검도계에도 큰 선생님들이 계신다. 매일 그분들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주변에서 '나만의 스승'을 찾아야 한다.
합기도 7단의 무도인이면서 고베 여학원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우치다 타츠루는 '스승은 있다'는 책에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스승의 가치를 찾아야 비로소 폭발적 배움과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험에 비춰보면 동네 작은 도장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호구를 쓰고 수련생들을 지도했던 관장님들과 사범님들은 드러나지 않지만 모두 '가치' 있는 검도인들 이였다. 배움을 청하고 같이 성장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스승들 이였다.
당연히 좋은 도장에는 고단자들이 많이 모인다. 오래되고 시설도 좋지만 초등학생이나 초급자들은 많은 반면에 고단자가 없는 도장들은 대부분 관장님이 직접 호구를 착용하고 운동을 지도하지 않는 도장들이라고 볼 수 있다.
샤워실이 있는지,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주고 주차장이 넓은지 등등 세세하게 따져야 할 조건들이 많긴 하지만, 대체로 세 가지 조건을 잘 갖춘 도장들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성인반에 등록하는 신입관원이라면 성인반 인원을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들만 잔뜩 있고, 저녁 성인반에 관장님과 단 둘만 운동을 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고난의 '수행'이 될 수 있다. 최소한 4~5명 정도의 성인 관원이 함께 운동하는 도장을 찾는다면 훨씬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도장을 찾았다고 해도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달에 관비가 13만 원에서 비싼 지역의 경우 17만 원에 이를 정도이다 보니 관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도 있다. 대한검도회의 도장 찾기 메뉴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을 검색하면 간혹 ㅇㅇ센터 ㅇㅇ 검도교실이라는 도장들이 나오는데 이들 도장은 개인 검도장이 아니라 지역 내 체육시설 등을 특정 시간에 임대해 운영하는 도장들이다. 시설을 임대해서 운영하는 도장이긴 하지만 일반 사설 공인도장과 마찬가지로 자격요건을 갖춘 지도자의 인솔 하에 수련이 이루어지고 승단, 시합 등의 모든 검도 활동에 공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일반 도장들에 비해 운영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관비(회원비)가 개인 도장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일부 센터의 경우 8단 선생님이 가르치시고 수련생 대부분이 4~5단 이상의 고단자들로 이루어진 곳도 있다.
다만, 일부 센터의 경우 매번 수련하러 갈 때마다 호구와 장비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 운동시간의 선택 폭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 개인 도장에 비해 단점으로 꼽힐 수 있다. 저출산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련비 부담이 적은 센터에서의 운동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위에 은퇴하신 선배님들 모두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계 실정도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센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 사설도장들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