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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의 성공은 8번의 실패에서 왔다.

by 행복한 시지프

토스가 대기업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가히 8번의 실패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승건님의 8전 9기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창업에서 8번 실패하고, 9번 아이템이 토스였고 이때 드디어 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었다. 만약 토스가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이었다면, 토스가 지금까지 성공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간편송금이라는 아이템 자체도 훌륭했지만, 사실 그 아이디어로 토스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곧바로 경쟁자가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토스의 진짜 성공은, 단지 아이디어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계속된 경쟁 속에서 이겨나가고 있는 데서 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8번의 실패가 지금의 토스를 만든 것인지, 토스의 3가지 문화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수평적 문화이다. 승건님은 본인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 아이템이 실패하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그러면서 겸손을 배웠다고 하셨다. 그래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문화가 바로 수평적 문화이다. 모두의 의견이 틀릴 수 있으니, 수평적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의견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했다. 내가 경험한 토스는 상당히 수평적이었다. 대표도 일반 사원 속에서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신입 개발자로 입사하여, 겨우 1개월된 나의 아이디어도 승건님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며, “의진님 한건 했다”고 하이파이브를 쳐주셨던게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이다. 수평적 토론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대표의 의견이 맞을지, 구성원의 의견이 맞을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그냥 대화하다 보면 힘이 센 사람의 의견으로 기울기 쉽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의 토스는 어떤 기업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잘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가기 때문에, 직감으로 대응하는 다른 기업이 상대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스가 처음에 직감을 통해 실패 없이 성공했다면, 데이터를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직감으로 의사결정을 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토스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인 “Focus on impact” 이다. 이는 “하면 좋을 10가지를 하지 말아야할 것으로 정의한다”로 해석된다. PMF(Product Market Fit)는 하면 좋을 10가지에서 오지 않는다.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그것이 PMF 를 만든다. 토스팀은 이전에 울라블라 라는 앱을 만들었었고, 이는 하면 좋을 10가지에 집중하다가 망한 서비스로 회자된다. 울라블라는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상을 받을 만큼 우수한 디자인을 가졌었다. 다만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해서 실패했다. 그래서 지금의 토스는 회의할 때 항상 임팩트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매출 지표를 올리기 위해서 어떤 아이템이 가장 임팩트가 클까요?”, “이 작업은 Must 일까요? Good to have 일까요?” 를 토론하며, 임팩트가 작아 보이는 작업은 걷어내거나 다음으로 미루었다. 항상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몇 배로 빠르게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토스는 실패를 통해 귀중한 자산을 남겼다. 그래서 토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토스 핵심가치 3.0에 “Courage to fail fast” 가 있었다. 실패하기를 권장했던 것이다. 어차피 실패를 해야만 한다면, 실패를 통해 배워야만 한다면, 그 실패를 어떻게 값싸게 해낼 것인지가 중요한 질문이 된다. 실패해도 비용이 적도록 설계하여, 빠르게 러닝만 얻고 다음에 더 좋은 액션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입사하고 첫날 들었던 말 중 하나가 10일 안에 실패하라는 것이었다. 빠르게 실패해보고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원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이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실패가 덜 두려워졌다. 지금은 토스를 퇴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하고 있다. 토스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여, 강의를 준비할 때도, 한번에 모두 다 준비하지 않는다. 개괄적인 진행 방식만 산정하고, 주변의 팀원에게 피드백을 받아본다. 이렇게 진행할 예정인데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피드백을 반영하여 더 구체화하여 강의를 구성해본다. 그리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보고 개선해보는 과정을 반복하고, 강의를 완성한다. 일상에서도 똑같다. 집을 구한다고 해도, 한번에 모든 것을 준비해서 부동산에 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의견을 생각해보고, 빠르게 공인중개사를 만나서 내 생각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본다. 그렇게 정보를 업데이트 한 후에 다시 피드백을 받아본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혼자 깊이 생각하길 즐긴다. 그러다보면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이 전개되곤 했고, 며칠이 지나고서야 그것을 깨닫곤 했다. 이제는 이러한 일이 현저히 줄었다. 토스에서 겸손함을 배웠고, 빠르게 실패할 용기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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