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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Sep 11. 2019

전환을 꿈꾸는 너에게 추천하는 책

농밀공작소 구성원이 꼽는 책 세권

벌써 내일이 추석연휴다. 우리에게 주어진 나흘간의 여유,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농밀공작소 구성원들이 쉼표에 의미를 더할 책 세 권을 소개한다.




삶의 전환을 꿈꾸지만 주저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농촌에서의 대안적인 삶을 고민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 사회적 인식 등 많은 이유로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타협을 하며 살아왔을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가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며 나만의 삶의 방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30대 부부가 만 6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안·공동체적 삶을 알아보기 위해 유럽에서 7개월 동안 농부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고 인상 깊은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0대가 되면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고 그러다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야만 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누가 그런 삶이 정답이라고 알려준 걸까? 한 번쯤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지 뭐.

-13p


이 부부 역시 그랬다.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대와 만류가 있었지만 하고 싶은 대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하는 일상 말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14p


이 부부는 7개월간 유럽을 여행하면서 남들 다 가는 관광명소 대신 독일의 도시숲과 지역 시장을 시작으로 덴마크의 ‘스반홀름공동체’를 방문한 뒤 영국에서는 유기농 농가를 방문해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교류 프로그램 ‘우프’를 체험한다. 또한, 지역민을 살리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들을 이용했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텀블러, 수저, 손수건, 에코백을 사용했다.


이런 특별한 여행 방식 때문에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 사람들을 통해 삶을 배우고, 농사일을 도우면서 일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경험해본다. 하지만 농사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겪는다. 자신들이 농사일에 무지하고 몸 쓰는 일을 정말 못한다는 걸 깨닫고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어렵고 힘든 순간을 극복했기 때문에 지금은 300평 밭에 원하는 작물을 심으며 살고 있다. 이들처럼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일을 찾았다면 계속 꾸준히 시도해보면 어떨까.


나는 언제나 고민하고 걱정하고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으니까 못할 것 같은 일은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힐러리 말대로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시작해야만 한다. 생각만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147p
사람의 호의를 믿고,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게 삶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 한다는 것도 직접 보았고, 하지만 그런 삶은 어디에서든 시도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의 얼굴을 덧입혀 미래를 그려보며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280~281p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는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 공정여행, 환경여행, 농사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
2. 대안적인 삶을 찾기 위해 귀농·귀촌을 계획 중인 사람
3. 독일, 영국, 덴마크 등 다양한 나라의 공동체에 관심 있는 사람
셋 중의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이 책으로 먼저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by 케빈




일단, 어쨌든, 조만간



작은 공간, 적은 관객. 그리고 조용한 노래소리. 가수 이내를 처음 만난 곳은 시골의 어느 작은 카페였다. 홀로 보내는 저녁시간에 지쳐있을 때, 우연히 지인이 전해준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찾아간 공연이다. 10명 남짓 되는 관객들이 노래하는 이내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있는 광경은 공연이 아니라 동네 누나나 언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러 놀러온 친구들의 모습 같았다.
 
다음 노래를 시작하기 전 이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번 노래에는 ‘일단은 어쨌든 조만간에’라는 노랫말이 나와요. 이 뒤에 여러분이 요즘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붙여서 말해주세요.


누군가는 탭 댄스 배우기를, 누군가는 연애하기를 말했다. 나는 올해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조리사 자격증 따기를 말했다. 물론 아직 시작도 못한 소망이지만. 관객들 한 명 한 명의 소망이 쌓여갔고, 노래는 그 소망들을 다독이며 응원해주었다.


저는 남들은 무언가 시작하기 애매하다는 나이 서른 살에 노래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제 노래가 생기고, 이곳저곳 다니며 여행자의 공연을 만들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자 신기하게 이곳저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진짜 노래여행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그 여행들을 기록하자고 생각했어요.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라는 이름도 지었어요.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는 전국을 방랑하며 공연을 하는 동네가수 이내의 에세이집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서 연재한 내용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동네가수’라는 소개말처럼 전국의 책방과 카페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노래를 부른 나날들의 풍경과 함께한 사람들의 모습을 글로 풀어냈다. 낯선 곳에서 여행자의 눈으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다보면 어느새 이내의 여정을 함께 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창원에서 보낸 시간은 반나절 정도였지만 어느새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본주의의 교환경제’ 따위로는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사실 나의 노래여행기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건 볼 수도 만질 수도 설명될 수도 없는 것 같다. 돌아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선물을 주는 마음’을 계속해서 생각하다가 우리 동네에 도착해서는 언젠가 그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어야지, 하면서 길에 웃음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었다. 이것은 절대 은유가 아니다.

– 49P


언젠가 폐를 끼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폐를 끼친다 해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은 그 용기로 나는 노래여행을 시작했고 수많은 폐를 끼치면서 조금씩 자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괜찮아지자 이를 핑계로 나는 다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최근 겪은 불안한 마음에 완벽한 해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폐를 끼칠 용기를 내는 것,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채우려는 마음이 효율과 시스템 사이사이에 스며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183P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를 권하고 싶은 사람들


1. 추석 연휴에 홀로 보내야 하는 사람

2. 떠나고 싶지만 떠날 여유가 없는 사람
3.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사람


-by 귤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과 눈 맞추기



두 손에 꼭 감기는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 계절별로 짧은 토막글과 일러스트로 그려내 더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 수 있는 책. 이 책은 강원도 홍천으로 이주해 자연농 방식으로 농사 지었던(책 말미에 그는 홍천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파람이 농촌판 ‘파브르브’가 되어 홍천에서 사계절을 지내며 농촌을 관찰한 에세이다. 농촌에선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는 멧돼지와 풀, 노린재 마저 사랑스럽게 그려냈고 홍천살이는 처음인 새내기 농민답게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농촌살이와 주변의 농생물과 사람을 관찰해 이야기를 관계중심적으로 풀어냈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든 알지 못하든, 대화가 통하든 아니든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게 많은 에피소드에 담겨있다.



야생동물이 마을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을 깎거나 나무를 베어내고, 때마다 도토리와 밤을 한가득 주워가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면 사람들은 유해동물이라 낙인찍고 총을 쏘아 죽인다. 산에서도 마을에서도 내몰리는 처지의 멧돼지는 어디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그렇게 겨울에 생각했던 일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 보기로 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의 마음으로 경건하고 성실하게 돼지감자를 심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 줌씩 심어나간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밭에 있던 돼지감자를 몇 알 캐어다가 산속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다. 볕이 잘 들지 않아 제대로 성장할지 모르갰지만 식물에 깃든 생명력을 믿기로 했다. 소나무 아래에 한 알, 참나무 아래에도 한 알, 둥굴레 옆에도 한 알, 돼지감자가 어느 장소를 좋아한지 몰라 이쪽저쪽 열심히 심었다. 오늘 심은 것은 평화의 씨앗…

-122p, 멧돼지와 함께 살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이파람은 주변을 함께 사는 존재에게 늘 상냥한 태도를 취한다. 작은 발견에도 기뻐하고 감탄하는 농민 이파람의 일상은 경쾌하고 즐겁다. 계획 없이 농촌으로 떠났지만 탐구자의 마음으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는 삶은 불안함 보다 낭만스러움을 자아낸다. 혹시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고향이 그저 별볼일 없고 지루한 곳이라 생각했다면, 저자 처럼 주변의 풍경과 따스하게 눈 맞추며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by 유펑





© 헬로파머 http://hellofarmer.kr

메인사진: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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