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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야 Feb 13. 2023

01. 이젠 새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렇게 알아보고 시작하게 된 "임시보호"

 2020년 11월 어느 날의 오후, 베란다에 장식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며 나는 멍 때리고 있었다. 


 매 년 이 맘 때쯤이면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신랑이랑 어떤 술을 마셔볼까, 그 술에는 어떤 음식이 어울릴까, 컬리에서 어떤 것들을 미리 주문해 놓아야 할까.. 등등을 생각하며 혼자 수많은 계획들을 세우곤 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트리를 장식하는 데도 흥이 나지 않았고, 심지어 다 만든 트리는 온갖 오너머먼트로 치장을 했는데도 을씨년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멍 때리던 나는 신랑에게 한 마디를 뱉었다.

 

"자기야,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한 명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새 가족이 생긴다면 어떨까?"


"자기야..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할 새 가족을 만들기에는 지금은 너무 늦지 않았니?"


"아니 인간은 싫고... 동물 가족 말이야."


결혼 3년 차, 그렇게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는 현재 아이가 없는 부부다. 그리고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부부이다. 나는 3살 된 유기 시츄를 키우다 15년의 세월을 함께 하고 하늘로 보낸 경험이 있었고, 언제 어디서든 길고양이에게 건넬 수 있도록 파우치에 츄르를 한가득 넣고 다니는 준비된 여자다. 신랑은 몇 십 년의 세월 동안 유기견, 유기묘를 여러 마리를 거둬 키워주신 어머님의 따뜻함을 옆에서 보고 자랐으며, 프러포즈 때 내게 했던 한 마디만 봐도 영락없이 동물을 "찐"으로 사랑하는 남자다. 


'자기야, 내가 절대 지나가는 여자는 안 쳐다봐. 하지만 지나가는 강아지는 어쩔 수 없어. 그 점은 미리 사과할게..'


 그런 우리였기에, 결혼을 하고서도 사실 몇 백 번을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해왔다. 가족으로 동물을 들이면 어떨까?... 하지만 극 신혼 초기라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황, 너무나 여행을 자주 가는 상황 등등을 고려했을 때 동물 가족을 들이는 데 확신이 서질 않았다. 사실, 저 한 마디를 뱉었을 때도 100%의 확신이 서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전이 50% 라면, 지금은 한 65% 정도의 확신이 섰기에 저 말을 뱉었달까?


 저 한마디를 뱉은 날부터 나는 매일 변덕을 부리며 신랑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동물 친구가 오면 집안이 더 꽉 찬 느낌이고 매일이 행복할 것 같아! 당장 알아볼까?"


 "근데 밤마다 짖으면 어떡하지? 짖어서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우리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거야? 역시 아닌 것 같아, 그냥 하지 말까?"


 "동물 친구가 오면 이랬든 저랬든 꼭 산책을 나가야 하니까 우리 건강에도 좋을 거야! 나 인스타그램 검색해 본다?"


 "집 안 여기저기 오줌을 지리고 다니면 어떡하지? 난 집 인테리어도 중요한 사람이라, 내 집이 망가지면 못 참을 텐데..! 역시 아닌 것 같지?"


 그렇게 나에게 7일 정도를 시달리던 남편이 내놓은 솔루션은 "임시보호"였다. 그렇게 이것저것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이라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임시 보호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입양이 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판단해 보라는 신랑의 솔루션이었다. 


 그 후로 매일을 "임시보호"에 대한 글들을 검색하고 읽어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글들이었으며 "정말 현실적이고 솔직한" 경험적인 글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왜였을까? "이상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조건과 방식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야기를 올리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스스로가 엄청난 죄책감에 빠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상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나 또한 더 긴 시간을 고민하고 방황했다. "이상적인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고 그 방식을 따르지 못할 거라면 나는 임시보호를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니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국, 현재의 나는 개농장 뜬장에서 구조된 1살 추정 믹스견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써 보기로 했다. 전문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개인의 시선과 경험담"으로서 임시 보호를 결정하고 수행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 고민했던 부분들, 우리가 생각했던 방안들, 우리 마음의 갈등들, 그리고 이상적인 가이드라인보다 더 중요한 것들. 


 단 한 명이라도 우리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어보며 스스로의 해답을 찾고 동물 임시보호 / 입양을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 나와 15년의 세월을 함께 해주었던 시츄 태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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