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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야 Feb 13. 2023

02. 하숙생을 구합니다

"좋은 마음" 하나로만 데려올 수는 없어

 신랑과 임시보호를 결정한 이후부터 추진력이 매우 좋은(?) 나는 네이버, 다음카페, 인스타그램 등등을 통해 임시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용하게 썼던 것은 "인스타그램"이었다. 매우 간단하게 #강아지임시보호 #반려견임시보호 등의 해쉬태그로 검색하면 다양한 보호소에서 업로드 한 임시보호/입양 홍보글들을 접할 수 있었고, 중성화유무, 예방접종완료유무, 간단한 아이들에 대한 소개 등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적으로 "임시보호"는 안락사 공고가 며칠 남지 않은 아이, 구조 됐지만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태의 아이 등등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우리 부부는 임시보호도 처음일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도움 없이 동물을 보살피는 것은 처음인 지라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급하다는 이유 만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좋은 마음"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 좋은 마음 하나로만 긴급하고 불쌍한 아이라고 데리고 왔다가 몇일만에 보호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숱하게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을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우리가 경제적 / 환경적으로 안정되게 보호를 진행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고려되어야 하는 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로, 우리 집은 신혼부부가 살기에 적합한 20평대의 아파트였고 플랜테리어의 컨셉으로 꾸며진 집이라 여기저기 화분이 놓여 있었다. 집의 크기와 안전을 고려했을 때 중/대형견보다는 소형견에게 맞는 환경이다.


 두 번째로, 믹스견 (a.k.a 시고르자브종)이었다. 요즘 아무리 시고르자브종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사람들의 인식 / 선호로 인해 품종견이 믹스견보다 이랬든 저랬든 임시보호 / 입양이 더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조건과 상황이 좋지 못한 믹스견 임시호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세 번째로, 아이의 성향적인 측면에서 에너지가 넘치기보다는 차분했으면 했다. 사람처럼 강아지들도 성격이 정말 제각각이다. 시댁에 있는 강아지 세 마리만 보더라도 한 마리는 너무 활달하고 사람한테 안기기를 좋아했고, 다른 한 마리는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견생을 오롯이 즐기는 아이였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 자기가 익숙한 사람만 따라다니는 아이였다. 연애에도 MBTI를 따지듯이, 임시보호를 오는 동물도 우리의 성향과 맞아야 더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아이에 대한 소개글에서 성격적인 부분을 더 주의 깊게 읽었던 것 같다. 


네 번째로, 성급한 마음에 글로만 아이를 판단해서 데려오지 말고 반드시 직접 만나보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최대한 중성화 및 예방접종이 이루어진 아이였으면 했다. 


이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임시보호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이 생겼고, 보호소에 문의 DM을 남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보다 더 좋은 고민과 판단을 해주실 수 있는 분은 보호소에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 대한 소개도 보호소 분들에게 상세히 적어 드렸다.


 "안녕하세요,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현재 반려동물 임시보호를 알아보고 있는 3년 차 신혼부부입니다. 저희 부부의 반려동물과 함께한 경험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3살 된 유기 시츄를 키우다 15년을 함께 세월을 보낸 후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이 있고요, 신랑 또한 지금은 하늘나라로 간 유기견 4마리, 고양이 1마리와 함께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저희인 지라, 결혼을 한 후에도 입양이나 임시보호 등을 너무나 많이 고민해 왔는데요. 주거라든 지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지금에서야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저희 성격 자체가 120% 의 확신이 있어야 실행에 옮기는 지라, 아직 입양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아 당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임시보호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저희 집 환경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입니다. (동물 임시보호를 보내는 센터의 입장에서 보호자의 경제적인 요소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적었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오전 8시 ~ 오후 8시로 길기는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라 재택이나 휴가가 자유로운 편이고 직장이 곧 가까운 데로 옮길 예정이라 집을 비우는 시간은 4시간 정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 외에는 퇴근 후라든 지 주말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신랑과 저 모두 E 보다는 I에 가까운 지라 큰 소리 없이 온순한 편입니다. 아직 둘 다 30대여서 젊고 (지금 보니 이 말은 굳이 왜 썼을까) 집 바로 앞에 공원이 있어 매일 한 번씩의 산책은 가능합니다.


 사실 우리 부부가 눈여겨본 친구는 OO이 이지만, 저희의 성향, 라이프 스타일과 최대한 맞는 친구가 임시보호를 와야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OO이 말고도 저희와 더 잘 맞을 것 같은 친구가 있다면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희가 동물을 임시보호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라는 판단이 드신다면 쓴소리로 거절해 주셔도 좋습니다.


 임시보호를 하게 다는 저희의 의지보다, 임시보호를 받게 되는 아이들에게 적합하고 행복한 환경이 제공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니 어떠한 내용이든 조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보호소 두 곳에 연락을 취했고, 우리는 임시보호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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