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손에 잡힌 편안한 옷
예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과거에는 불편하더라도 이쁜 옷이면 입었고, 비싼 옷도 물론 입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을 입었고, 한동안 옷을 잘 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옷은 나를 감추기 위한 용도이고, 따뜻하게 하는 용도에 나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는 조건으로 옷을 입는다.
그녀 또한 편안한 옷을 좋아한 것 같다.
밤에 화상통화를 할 때면 늘 자신의 편안함을 자랑했다. 그러한 모습이 좋았다. 아니, 귀여웠다. 오래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입을 법한 옷을 자랑하며 귀여움을 뽐내는데 어느 남자친구가 그것을 싫어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표현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무덤덤했고, 더 이뻤으면 하는 나의 욕심이 담겼을까 그저 웃어 넘기기 일쑤였고, 무엇하나 난 제대로 그녀에게 그녀의 귀여움을 말해주지 못한 것 같다. 그러한 모습이 이제 와서 후회가 되고 조그만 것이라도 말을 해줘야 함을 후회하고 있다.
그녀와 길거리를 걸을 때면 옷가게 바깥에 진열해 놓은 꽃무늬의 값싼 원피스나 바지를 보게 된 적이 있었다. 매우 편안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그 옷들은 촌스러움도 같이 묶여 있었다. 한때는 난 그런 옷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편안할지언정 디자인을 배운 사람이 봤을 경우에는 그렇지 좋지 못한 디자인의 옷들이었다. 그녀는 그런 옷들을 보며 해맑게
"너무 편안하겠다."
라며 연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도 난 그저 무덤덤했고, 그녀가 그 옷을 입지 않길 말했던 것 같다. 난 한때 왜 그랬던 것일까..... 지금 와서는 배가 불렀다고 생각한다. 그저 그러한 귀여움의 표현을 나도 좋아했어야 하는데 그저 옷만 보고 그렇게 판단을 내린 내가 한심하다.
그녀가 집에 있을 때 모습은 지금에서야 기억 속에 귀여움으로 남아 있다.
부끄러움도 담겨 있었던 화상전화 속 그녀의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