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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8. 2024

마음을 아프게 하는 팝 음악


2011년 브릿 어워드 시상식장. 아델이 자신의 두 번째 앨범 '21'에 실린 피아노 발라드 'Someone Like You'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섰다. 머리 위론 핀 조명이, 곁에는 피아노와 피아니스트 밖에 없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아델의 얼굴은 어두웠다. 왜냐하면 헤어진 사람에게 보내는 슬픈 안부인 이 노래가 실은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성호는 보편적인 이별을 상상해 '회상'을 썼지만 아델은 개인적인 이별을 회상해 이 곡을 썼다. 18개월을 만난 아델의 전 남자 친구는 스스로 했던 말("사랑은 때론 추억으로 남지만, 상처가 되기도 해(Sometimes It Lasts In Love, But Sometimes It Hurts Instead)")로 자신의 전 여자친구 노래 안에서 영원히 살게 됐다.


앨범 '21'은 아델에게 한때는 전부였고 이후에도 소중했던 한 남자를 떠나보내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Someone Like You'만큼 히트한 'Rolling In The Deep'과 'Rumour Has It'으로 그 남자에게 원망과 분노를 내비친 아델은 'Someone Like You'를 앨범 마지막에 배치해 비로소 해방감을 맛본다. 그는 마흔 살이 되어서도 혼자인 자신 앞에 아내, 아이들과 정착한 옛 남친이 나타났을 때를 상상하며 노랫말을 썼다고 했는데 아델은 그 모습을 생각만 해도 무섭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가 말한 '해방감'은 "난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 곡이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이별 앞에 무릎 꿇은 자신의 쓸쓸한 최후에 빗댄 것에 가깝다.



이 노래는 슬픔 그 자체다. 파리에서 찍은 흑백 뮤직비디오만 봐도 실연 후 아델의 상실감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21억 4천만 회 이상이 소비된 이 롱테이크 뮤비 안에서 그저 힘없이 걸으며 가끔씩 카메라를 응시하다 센 강을 바라보다 한다. 노래도 싱크에 맞춰 부르거나 멈추거나 하는데(특히 카메라가 아델의 뒷모습을 잡은 2절에서 드라마틱하게 묘사된) 그 자체가 아델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는 듯해 더 찡하다. 노랫말이 가수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델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아닌 연기를 하고 있었을까. 떠나는 남자를 바라보는 마지막 아델의 텅 빈 눈빛은 오열 직전에 선 이별의 슬픔을 그대로 보여준다.


'Someone Like You'의 성공 비결은 미니멀 편곡이다(이 곡은 처음 아델이 어쿠스틱 기타로 썼다). 브릿 어워드에서 부른 보컬, 피아노 편성은 스튜디오 것의 재현이었다. 작곡 파트너 댄 윌슨과 아델에게 '피아노와 노래'의 다음은 없었다. 있었다면 이 노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완전한 단출함은 두 가지 효과를 이끌어냈다. 하나는 아델의 노래 실력을 돋보이게 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델의 슬픔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공간감을 얻어낸 일이었다. 표현과 기교는 아델처럼 노래하는 사람에겐 거의 모든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곡은 그걸 다 갖춘 셈이다. 후렴에서 팔세토로 갈라지는 "날 잊지마" 부분을 들어보자. 그 말(표현과 기교)이 무슨 얘긴지 알 수 있다.


음악 비평 사이트 피치포크의 톰 브레이한은 이 곡이 발표되고 20일 뒤 "때론 팝 음악이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며 'Someone Like You'를 오늘의 노래로 선정했다. 그런 노래가 다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는 건 역시 음악의 이유, 가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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