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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씨의 성장일기 Oct 02. 2021

주류회사 다니면서 생긴 5가지 직업병

매일 매일 술맛나는 하루를 즐기고 있는 나

어느덧 주류회사에 몸을 담은 지 1년 반이 흘렀다.

술을 (매우매우매우x)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류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는 사실이 매우 큰 기쁨이었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주류회사에서의 하루하루는 흥미롭고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정말 잘 맞는 직장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디오니소스에겐 천직인 곳ㅋㅋ)

저 초특급 큰 와인잔 탐난다


막상 주류회사에 몸을 담다보니 내가 몰랐던 주류 시장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만의 직업병이 생기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ownership을 가장한 좋은 직업병이라고 합리화(??)하고 싶다.

오늘은 나에게 생긴 새로운 직업병 5가지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1. 편의점을 갈 때 제일 먼저 직행하는 곳은 "주류 냉장고"

편의점 냉장고를 가면 주류 냉장고의 윗칸부터 아래칸까지 쭈욱 훑어보는게 습관이다

예전에는 편의점을 가면, 즉석식품 코너 혹은 간식 코너를 훑어보기에 바빴다.

호기심이 매우 많은 ENFJ 인간이라, 신제품이거나 특이해보이는 제품은 일단 먹어보고 봐야 직성이 풀린다.

개인적으로 편의점 쇼핑이 너무 재미있다. 우리나라 편의점도 점점 다양하고 깨알같은 제품들이 늘어나서 너무 좋음. 예쁜 쓰레기도 좋으니, 이상하고 특이한 것들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랬던 내가! 이제는 편의점을 가면 주류 냉장고로 후다닥 달려간다.

맨 윗칸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어보면서 우리 제품들이 얼마나 디스플레이 되었는지

혹시 브랜드명이 잘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는지

어떤 행사를 하고 있는지, 경쟁사들은 뭘 하고 있는지,

타사 신제품은 뭐가 나왔는지 등

이런 거를 찾아보기에 바쁘다ㅋ

그리고 너무 재미있다ㅋ


예전에는 4캔 1만원 행사 때문에 대~~~충 제일 비싸보이는 것들 골라서

4캔 채우기에 바빴던 것 같은데ㅎ

또 다른 시각으로 주류 냉장고를 보니 완전 다른 세계가 열렸다.


2. 마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간다.

마트에서 술을 사본 경험이라고는 와인코너에 가끔 달달한 스위트와인 구매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마트에 정기적으로 가서 (또ㅋㅋㅋ) 주류코너로 후다닥 달려가서 시찰(?)을 하기에 바쁘다.


난 마트 주류코너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인 줄은 전혀 몰랐다.

특히나 이마트 성수점처럼 주류코너가 잘 발달되어있는(?) 곳은 특히나 더 재미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술들이 참 많이 즐비되어있고, 행사도 아주 각양각색으로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술들은 내가 또 마셔보고 싶어서 구경하는 거고.

주로 우리 제품들이 어떻게 전시되어있는지, 또 영업사원들이 고생해서 어떤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등을 보고 배우려고 한다. 또, 경쟁사들은 어디에다가 돈을 휘날리고 있는지를 참고하는 것도 참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비교적 최근에 갔던 '이마트 성수점'의 스페셜 드링크 코너. 신기한 술들이 많았다! 신세계 이런 거 참잘해ㅇㅇ


3. 밖에서 식사를 할 때 메뉴판보다는 주류판을 먼저 본다.

어디를 가나ㅋㅋㅋㅋ 술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늘었다ㅋㅋㅋ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든, 인도 레스토랑을 가든, 고깃집을 가든,

일단은 제일 먼저 주류판을 살펴보게 된단 말이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제품도 여기서 팔고 있나?를 확인하기 위함이고.

경쟁사들도 있는거여?를 (눈알을 부라리며) 체크하기 위함이다.


우리 제품 없을 때 빡쳐

그리고!! 뭔가.... 우리 술을 응원해야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1잔씩 혹은 1병씩은 되도록 주문을 하려고 한다(라고 하지만, 마시고 싶어서 주문하는거죠ㅋ)


4. 밖에서 식사할 때 그렇게 남의 테이블을 훔쳐본다

아니 무슨 변태도 아니고,

미어캣 마냥 남의 테이블을 훔쳐보는 버릇이 생겼다.

자네들, 지금 무엇을 마시고 있는겐가?

전반적으로 우리 술을 마시고 있을 때는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게 나도 술을 시키고 (읭?)

경쟁사 술이 훨씬 더 많이 보일 때는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다.


아니,

나만 그냥 잘 마시면 되는 걸 가지고.

굳이 다른 테이블을 훔쳐본다니깐...ㅎㅎ


5. 내가 술을 마시는 건, 조금이라도 우리 회사에 기여하기 위함이지(...라며 합리화)

원래도 술을 좋아하긴 했는데,

주류회사를 다니면서 음주가 더 생활화된 것 같다. (ㅎㅎ)

음주에 좀 더 (아니.. 아주 많이) 자비로워졌다.


술을 마시거나, 혹은 과음을 해도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를 않거나 아예 안 느끼고

오히려 회사를 M/S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기분이 들면서 기분이 묘하게 좋다. (아?)

쓸데없는 성취감인가? (아?)

심지어 부모님께서도 내가 과음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 힘들어해도

예전에는 등짝 스매싱 각이었는데,

요즘에는 뭔가 고생많이 했다~~~는 식으로 응원(?)을 해주신다.ㅎㅎㅎㅎ



나이가 들면서 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점잖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는 점점 술을 좋아하고, 아니, 매우 진지하게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일할 때도 즐겁지만,

퇴근 길에 직장동료와 함께 술달리기를 하는 게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얼른 다시 그 때의 짜릿함과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들어와서, 이눔의 ㅋㄹㄴ때문에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너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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