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길 colour May 31. 2022

Local_06_책으로 걷고,뛰고,날고,멀리 오랫동안


"2022 독립출판물 제주북페어"









책은 나에게




흐름을 따라잡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양한 소통의 도구와 방법이 등장한다.


가끔 나는 그 다이내믹하고 강력한 세상에서 소외된 불통의 모델이 된 것 같다.


남들이 다 아는 약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바탕 웃는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이다.


그뿐이랴? 옛날 옛적 성황리에 끝난 드라마를 주말에 몰아붙여 보고난 뒤,


오만 가지 감성에 흠뻑 젖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미련하고 더딘 마음이 도드라질 때에는


손에 잡히고 발에 닿는 책을 집어든다.


훌륭한 기록가, 의미있는 기억가, 실천하는 행동가는 못되더라도


당장 내 마음을 위로하려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책을 펼쳐본다.


애당초 끝까지 읽어내야겠다는 결심 따위는 없기에,


뜬금없이, 어디서나, 아무렇지 않게 들었다 내려놓는다.


내 공간에 쌓아둔 책의 절반은 아직 읽혀지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책을 구입하고 그 행위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부질없는 물욕이라 스스로를 꼴사납게 여기기도 하지만


언젠가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의 메시지가 내게 주는 감흥이 더 크다.






...........................................................................................................................................






이런 나에게 ‘2022년 독립출판물 제주북페어’는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이다.


2019년 처음 열렸던 북페어에 참여하지 못했던 마음이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길어지며 아쉬움은 배가 되었다.


그러기에 나만이 아닌 모든 이의 아쉬움을 털어내듯


이번 행사는 책운동회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던지며 경쾌한 시작을 알린다.


전국 독립출판 제작자, 작은 출판사, 독립책방 등 200팀이 모여들며


다양한 분야와 색다른 표현, 거침없는 모두의 리그가 4월 9~10일 양일에 펼쳐진다.


장소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 내 동료, 내 일터가 있는 우리 동네이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회가 마을 잔치가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슬금슬금, 두근두근 마음이 준비운동을 시작한다.





ⓒ이경아




...........................................................................................................................................






깃발이 꽂히고 축제가 시작된다.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을 겨루는 것 따위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참여한 모든 이는 책이 삶이고, 친구이며, 연인이기에


눈을 빛내고 서로를 바라본다.


출판사가 독자가 되고, 독자는 기획자가 되며, 책방은 글쓴이가 된다.








ⓒ이경아




...........................................................................................................................................






나는 이번 운동회에서 꼬마 레이서로 달린다.


평범한 나의 일상을 적은 ‘~에 대하여<About>’ 독립출판물(2020 길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발간한 책)과 달리의 그녀들과 함께한 ‘나를 북(BOOK)돋는 글쓰기’로 참여한 이들의 손을 잡는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한 ‘이길’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끊임없이 부끄럽지만 여지없이 서기 위해 나의 심장과 손발은 고군분투 중이다.


박을 터뜨리기 위해 쏘아올린 형형색색의 주머니가 맞을 확률이 얼마인지 모른 채 빗나가더라도 상관없는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저 흥분되고, 즐겁고, 함께 뛰어오르는 것이 마냥 신난다. 운동회란 모름지기 휘영청거리다 넘어지면서도 웃고 마는 축제같은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경아






...........................................................................................................................................






운동회의 꽃은 자고로 이어달리기이다.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순간,


바톤을 이어받는 그 미세한 떨림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고


이를 악물고 전력 질주하는 그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제주북페어의 이어달리기는 세미나의 장이다.


자신이 갈고 닦은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현장에서


책을 향한 마음의 바톤을 이어받는다.





ⓒ2022 제주북페어 브로셔 발췌






...........................................................................................................................................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함께 또는 따로 운동장은 들썩들썩하다.


모두가 다르고 각양각색이다.














2022 제주북페어 현장


ⓒ이경아






...........................................................................................................................................






원래 즐거움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법인가보다.


2일에 걸쳐 한라체육관을 들썩들썩하게 했던 열기가 사그라들고,


두 손 가득 책을 껴안고 만지며 눈빛을 마주하던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슴 가득 책을 품고 유유히 발걸음을 돌린다.




못다 풀어낸 재능과 끼는 내년 한 뼘 더 자란 모습으로 이뤄낼 것을 약속하며


책 운동회 ‘2022 제주북페어’는 또 다른 책의 변신을 꿈꾼다.




책을 흠모하는 당신이


내년 우리 동네 책운동장에서


나와 함께 손잡고 뛸 수 있길 바란다.


독자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독자로,


글쓴이와 읽는이를 넘어 모두가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참고] 2022 <2022 제주북페어 브로셔> 발췌











*글 · 사진 : 이경아(공익활동기자단)











매거진의 이전글 Local_05_지속가능한 산림자원의 활용과 보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