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4.(일)
연말이면 괜히 안부를 묻고 싶어 진다.
막연히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또는 평소 연락을 망설였던 누군가에게 한 해의 마무리를 빌미 삼아 쓸데없는 농담을 던진다
내가 묻는 경우도 있고, 내게 물어오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복붙한 느낌의 카톡 메시지이거나 제법 고민했을 듯한 장문의 문자 또는 연락이다.
나는 이들의 나른한 기억 속에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고맙다. 학교에서 만난 선후배, 옛날옛적 사무실 동료들, 썸 좀 타던 누군가, 별난 딴짓을 고민했던 무리들, 정신줄 놓지말라던 훈계인 등등 나름 가깝고 먼 그들에게 아직 내 존재가 잊히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연말에 이들의 연락은 깜찍하고 앳된 선물과 같다.
그나마 좀 어렸을 적에는 한결같은 안부 물음이 너무 형식적이라는 생각에 제대로 답을 못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에 비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느슨하게 안부를 묻는 모든 것들에 나름의 사정이 있고 마음이 쓰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 연말을 빌어 미뤄두었던 안부를 묻는다.
안부를 묻는 건, 그 사람들과의 추억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참 이상하게도 나쁜 기억은 걸러지고 독특하게 유별나며 유쾌했던 기억만 떠올리게 하는 거름망이 작동해, 우리가 그땐 그랬었지라는 훈훈한 마음이 스멀스멀 스며든다.
그 이상하고 간지러운 감각이 난 참 마음에 든다. 너무 가까운 건 피곤하고,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은 외롭기 때문에 이 어중간한 관계가 가끔 찐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들에게는 언제 어디서 갑작스럽게 연락을 해도 크게 민폐 되지 않을 것 같아 안도한다.
모두에게 항상 다정할 수는 없지만, 다정함이 생리학적으로 폭발하며 샘솟아 작동하는 12월에는 뭐랄까,,, 그동안 차곡차곡 적어내렸던 일기장을 들춰보는 마음으로 안부를 건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