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멱 Dec 31. 2019

아이리시 맨

침묵 속의 고백 속으로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영화는 묘한 매력이 있다. 헤어나올 수 없는 엔딩의 여운.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어떻게든 견디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다. 그에게 어쩌면 러닝타임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두 시간 안에 끝난다면 그리하는 것이고, 세시간이 넘게 걸리더라도 그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가 세시간반짜리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것은 어쩌면 관객에 대한 배려일수도있을까.

참 종잡을 수 없는 감독이다. '셔터 아일랜드'의 숨막히는 미스테리,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몰아치는 욕망, '사일런스'의 긴 침묵, '디파티드'의 언더커버 액션의 간극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아일랜드 남자의 침묵 속 고백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 입 속에 단어만 맴돌뿐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가득 들어와있다는 것이다. 배출과 해소가 유행이 된 영화판에서 관객의 속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것이 신진 감독이 아닌 나이 든 거장의 손이라는 것은 그저 기쁘기만 한 일은 아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다만 도전한다면 예상치못한 여운에 지배될 것은 분명하다. 시간 많이 남는 겨울방학에 넷플릭스를 뒤적이고 있다면 한번만 클릭해보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더 킹 : 헨리 5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