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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마 Jul 17. 2021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의
결혼생활

결혼

"얘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결혼생활을 5년 이상 하다보면 같이 있을때의 깨볶고 햄볶는 고소함 보다 부부가 하루종일 부대끼는 일이 짜증스러운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주말부부를 가리켜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가능한 일이니 너는 기러기 부부로 사니까 좋겠다. "넌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라며 친구들이 나를 보며 이야기 한다. 그 말에는 밥차려주기 싫은 남편이 없어서 좋겠다는 마음 절반, 어떻게 혼자 그렇게 과부처럼 생활하냐는 의아함이 절반 정도 섞여 있겠구나. 하고 흘려 듣는다. 




 11년을 함께한 결혼생활 중 6년을 함께 보냈고 5년을 기러기부부로 살았다. 14개월 써니를 혼자 아기띠에 품고 상도역 공항리무진 버스정류장에서 남편을 보내던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부부이기 전에 부모라는 책임이 너무나 강해서 했던 선택이었고 각자 감당해야하는 삶이 선명해서 눈물도 흘릴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하기에는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웠고 가지말라고 하기에는 그의 용기가 너무나 컸다. 


 5년동안 남편을 만난 횟수가 대략 5번으로 1년에 한 번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는 상황을 겪어오며 나는 점점 싱글맘이 되어갔다. 힘들다는 말로는 차마 타인들이 도저히 상상 불가능한 감정과 육체적인 고단함으로 내가 내 삶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나는 남편의 선택을 존중한다. 척박하고 외로운 곳에서 암울했을 마음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참은 기저에는 나와 아이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하늘색 미래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이제 힘들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힘들다는 말을 할수록 이 상황에서 딱히 도움될 일이 없고 그저 처해진 상황의 몫을 알아서 이겨나가는것이 엄마,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임을 알기때문이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기간 동안 2-3일은 남처럼 함께 있는 일이 어색하고 아쉬움이 밀려들때 즈음 남편은 다시 떠난다. 2-3살의 써니는 해맑게 웃었지만 6살의 써니는 꺼이꺼이 운다. 비행기를 보며 아빠는 또 언제오냐고 묻는다. 아이 손을 잡으며 무너지는 내 마음을 단단히 묶고 아이 울음을 닦으며 내 안에 쏟아지는 눈물을 닦는다.


  주말 아침마다 잔잔한 선율의 클래식과 남편이 내려주던 핸드드립 커피향으로 가득했던 우리의 결혼생활은 써니의 엄마-아빠로서의 역할 만으로 간신히 페어링 될 뿐이다. 이 기다림의 끝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것도 그릴 수 없다. 





일러스트 출처: hood님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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