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띵똥 급여가 들어왔습니다.
워킹맘이 되면서 월급 날이 될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서 퇴근을 하는 일이 가장 좋았다. 30년 전에 두 손에 귤 봉지, 붕어빵을 사오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느끼는 날이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초밥을 포장해 갈까? 가족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치킨을 포장할까? 급여 문자가 도착한 순간부터 마음이 쿵쾅쿵광 설레서 평소보다 목소리에서도 우렁찬 힘이 실려있다. 집에서 배달을 시켜도 되지만 , 한 손에는 아이 먹거리, 또 다른 한 손에는 부모님의 야식을 주렁주렁 들고 집으로 향한다. 모두들 얼마나 좋아할까? 몇 만원 안되는 야식 비용을 치르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가족들이 반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먹는 입 모양을 보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무엇 인지를 실감한다.
20대의 나는 돈을 벌면서도 책임감을 느껴본 일이 없다. 그 나이에는 마땅한 직업을 갖고 있어야 하고 혼자서 먹고사니즘만 해결하면 대학교 등록금을 대주신 부모님의 노력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 보다 적게벌지만 더 많은 것을 나눈다. 이번 달에는 엄마 한약을 지어드려야겠다. 이번 달에는 엄마의 환갑이니 여행을 보내드려야겠다. 어떻게 하면 가족을 기쁘게 할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의 삶을 책임 진다는 것은 어깨에 곰 세마리를 이고 다니는 것처럼 버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내 가족을 내가 책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나 자신이 마음에 든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남편이 나의 대학원 등록금을 내 주면서 왜 그렇게 웃음을 지었는지. 돈을 벌며 알게됐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면서 남편으로서 느꼈을 자부심과 책임감이 담긴 미소의 진짜 의미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