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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Apr 01. 2022

예비 전남편과 떠난 이혼여행

챕터 5 결혼 사유 5


닫힌 문은 아쉬움에 한번 돌려  손잡이도  달려 있었어.  다시 상황을 직시하고 RDC(한국식 1)으로 내려왔고, 우편함 근처에 혹시 나뒹굴고 있을 열쇠공 스티커나 리플릿을 찾아보려 중간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췄어.     


.  문도 열려면 Vigik 키가(카드  비슷한 동그란 열쇠) 있어야 하지’     


난 중간 문을 붙잡은 채 로비를 두리번거렸고, 우편함 밑 쓰레기통 속에 전단지를 발견했지만 두 발자국 멀어 보였어. 신장의 한계로 가지고 오는 것을 실패하고, 눈을 찌푸리며 시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숫자를 읽어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지.     

포기하고 다시  앞으로 올라온  잠시 계단에 걸터앉아 고민했어.      


그때   네가 떠올랐을까. 구글에 검색해서 지역 열쇠공을 찾아본들 너보다 믿음직해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따는 기술이 사실 별거 없는데  따도 50€, 따면 120€ 내기 싫어서였을까. 그냥 너를 다시 보고 싶었을까. 고민 끝에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어.. 안녕? 오랜만이야. 응 한국에 잘 다녀왔어.

응. 너는? 근데… 갑작스레 미안한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 …응… 아니… 그게 문이 잠겼어 열쇠를 깜박했지 뭐야.

내 스페어 키를 가진 친구도 한국에 있고.

응.. 뭐? 지금 바로? 회사 아니야?

아 곧 점심시간이라 미리 나와도 상관없다고?

그래.. 그럼 문이 열리면 점심은 우리 집에서 먹어.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이 조금 있어. 어어 그래 이따 봐.

도착하면 문자해”     

회사에서 온다더니 옆집에서 왔나. 넌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어. 난 늘어난 티셔츠를 최대한 뒤로 당겨 정리하고 슬리퍼를 고쳐 신고 로비로 내려갔어.     

일찍 도착했네! 와줘서 고마워


너의 살짝 땀이 난듯한 어깨를 가볍게 쥐고 비쥬를 하며 인사를 건넸어. 오랜만에 비쥬 하려니  어색하네.     


“회사가 근처야. 여기서 아주 가까워. BNF 근처거든”     

“뭐? 나 다니던 학교도 그 근처인데!”     

“아 정말? 가까웠네?”     

근데  타고 왔어? 아무리 그래도 되게 빨리 도착했는데?”     


작은 근황들을 물으며 계단을 올라갔고 굳게 닫힌 자주색  앞에 섰어.     


여기가  집이야. 문에 이중 잠금장치는 없는데 열쇠 홈이 조금 구부러지게 파였어”     


 진지한 눈으로 문을 밀어보며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회사에서 가져온 투명 파일을 밀어 넣을 틈을 찾기 시작했어     


틈이 조금 뻑뻑하긴 한데, 필름이 들어갈  같아”     


그러곤 열쇠 자물통에서 한 뼘 반 위로 비스듬히 파일을 끼워 넣더니 밀어 내리며 걸쇠의 위치를 찾아가다 열쇠공 못지않은 스피드로 파일을 빠르게 위아래로 잡아 당기 시작했어. 하지만 얇은 파일은 얼마 가지 않아 찢어지고 말았지.     


“파일이 너무 얇아서 안 되겠다. 이 근처 슈퍼가 어디야?”     

“아! 큰길로 나가서 길 건너서 바로 왼쪽에 있어”     

금방 갔다 올게”     


 말과 동시에  화재  출동하는 소방관처럼 재빠르게 계단을 튀어 내려가더니, 페리에 한 병을 사서 돌아왔지. 그러곤 탄산도  페리에를 꿀꺽꿀꺽 원샷을 하더니 슈퍼에서   가위로 페트병을 다급하게 자르기 시작했어.     


“안에 죽어 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 네가 빨리 회사에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 괜찮아  잘랐어”     


그러더니 펴진 페리에 페트병을 밀어 넣어 이쯤 되면 120€ 내야   같은 전문적인 동작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어.     


찰칵     

힘없이 스르륵 문은 열렸고,  기뻐 소리쳤지     


! 브라보! 고마워! 정말!”     


 다시 머쓱한 미소를 띠운  주섬주섬 페리에 껍데기를 치우며 괜찮다고 집에 들어가게 돼서 다행이라며 대답했어.     


아직 시간 있지?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랑 반찬이 있는데 먹을래?”     


 망설이다 대답했어     


“고마워. 그런데 바로 돌아가야 할 거 같아.”     

“어? 그래… 조금 시간이 촉박하긴 하겠네. 그럼 고마우니까 다음에 내가 근사한 밥 살게.”     

그래. 그럼 추울 텐데 들어가서 쉬어”     


너의 계단 내려가는 소리를 유심히 듣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 너무 빠르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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