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봄날의 이탈리아: 친케 테레 Cinque Terre Day 1
4월 유럽은 한국의 구정에 비할 수 있는 이스터(Easter, 부활절) 휴일이 있다. 사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알아차린 터라 이미 가격을 아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친 연후였다. 그래서 지난 3년을 열심히 다닌 덕에 쌓이 노하우를 총 동원해 깨알 같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했고, 우리의 선택은 운전해서 1,000km를 달려 가보지 못한 친케테레(Cinque Terre)를 가기로 했다. 이유는 이렇다.
첫 째,
4월이면 유럽에는 매우 변덕스러운 날씨가 찾아온다. 기왕이면 변덕이 덜한 남쪽 지중해로 가자
둘 째,
유럽의 휴일에는 비행기 값이 치솟는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구정에 비하는 부활절이겠는가? 그렇다면 자동차가 답이다. 참고로 이탈리아는 렌트가 비싸지 않다. 우리는 해외근무로 자차가 있지만 가끔 렌트도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꾀나 절감된다. 상세한 꿀 팁은 다음에.
셋 째,
가장 완벽한 이유, 아내가 여기에 어울리는 원피스를 샀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날아오신 아이템이다. 그럼 그냥 가야지, 더 따지고 들 문제가 아닌 것이다.
친케 테레(Cinque Terre)는 다섯 개의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5개 마을은 제노바에서 라 스페치아(La Spezia)로 향하는 중간에 있는 마을로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Mare)와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조레(Riomaggiore)이다.
친퀘테레 [Cinque Terre] (두산백과)
그러나 포르토피노는 이 5개 해안 마을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곳이다. 유럽에서 코스요리를 먹다보면 이따금 처음 먹었던 에피타이저가 너무 강열하여 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그 만큼 식욕을 돋우는 에피타이저가 중요해서 모든 요리사가 신경쓰겠지만, 여행에서 에피타이저는 바로 첫 번째 도착하는 곳이다. 이 에피타이저가 어떠냐에 따라 나머지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 심각하게 좌우된다. 그런면에서 완벽한 첫 여행지였다.
포르토피노는 사실 다른 친케 테레 마을에 비해서 관광객도 적었고, 볼거리도 많았다. San Giorgio 교회에서 내려다보는 항구도시 포르토피노는 10시간을 달려 간 피로를 한 번에 씻어줄만 했다.
일단 그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시작하자. 힐링의 시간이자 포토스팟 공유의 시간이다.
<San Giorgio 교회 앞에서 내려다 본 포르토피노, 촬영 iPhone XS, Vivid filter>
지중해는 태양이 강하므로 그늘진 얼굴을 피하려면, 그늘에서 찍되 사람에게 촛점을 맞춰서 찍으면 배경과 사람을 다 살릴 수 있다.
<San Giorgio 교회를 보며 오른쪽 테라스, 촬영 iPhone XS, 무보정>
이탈리아 서부해안은 끝없는 암벽으로 이뤄진 해변과 유난히 푸른 지중해 바다와의 만남으로 더 없이 아름다운 절경이 관건이다. 친케 테레, 포지타노, 산토리니, 등 모두 같은 라인이다. 이를 살짝 다른 관점으로 읽어보면 지반이 단단하고, 도로를 내기 쉽지 않고 바닷가에도 꼬불꼬불한 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주차가 너무도 힘들다. 그래서 뒤에 친케 테레 여행에서 깨달았지만 이 동네는 기차와 버스로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 중에서도 이 지역은 특히나 기차가 기가 막힌다. 해안을 따라 달리며 로맨틱한 절경을 보여줄 뿐 아니라, 바위를 뚫어 만든 터널로 모든 굽은 길을 지나 가장 빠르게 이동을 도와준다. 결론은 주차가 힘들었다는 푸념이니 이해 바라며, 꼭 기차를 이용하시길 당부한다.
그렇게 프로토피노에 입구 초입에서 만나는 첫 번째 아름다움은 매력적인 갈색 보트와 빨간 꽃이었다. 마치 모든이의 드림카인 빨간색 페라리 포르토피노의 럭셔리함이 어쩌면 이런 조합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아무런 수식을 시도하지 않아도 고풍스러움을 쏟아낸다. 그렇게 쭉 걸어들어가다 보면 작지만 보석같이 빛나는 포르토피노를 찾게된다.
롱컷으로 쭉 따라가는 영상 촬영은 보통은 지루하게 마련이나 작은 이 마을은 소소하게 예쁜가게들로 그 지루함을 없애줄 뿐 아니라 지루할 틈 없이 짧기도 했다. 그럼 잠시 그 꽃 같은 길들을 잠시 사진으로 보자.
<왼쪽: 초입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 포르토피노 항구에서 성당 가는 길에 담벼락, , iPhone XS vivid filter>
아래 영상과 사진이 이 번 여행에거 얻은 최고의 기억이자 이미지다. 왜 이탈리아의 봄이라 했겠는가? 꼭 오전에 가시라. 해의 방향이 살짝씩 나눠주는 산란된 빛들이 모든 것을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강열한 태양과 파란마다 거기 어우러진 푸른 녹색과 가꿔진 꽃들이 그냥 한 폭의 그림이다. 심지어 거기 그녀가 보태어지니 더 할 나위가 없다.
저의 기록에서 아내가 없는 사진을 찾기란 쉽지 않아 그냥 my lovely travel mate를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사실 아내는 여행 전에 꼭 인스타그램으로 먹거리 갈 곳 모두 찾는다. 처음엔 왜 남들을 따라 다니는 개성 없는 여행이냐고 불만도 있었으나, 사실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사진으로 이뤄진 타임라인을 쭉 훑다보면 알게 보르게 찍어야할 곳 먹어야할 곳 가야할 곳들이 내면에 담긴다. 그 어렴풋한 기억을 잘 곱씹어 구글맵에 별점과 엮다보면 기 막힌 영감이 솟아나는데, 그래서 찍고나면 많이 본 듯할 것이다.
Tip: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한국을 벗어나면 구글이 신(神)에 근접한다. 의심치 말 것이다. 그가 4.3점 이상에 200명 이상의 리뷰를 바탕으로 맛집이라고 하면 그냥 거긴 맛집이고, 절경이다. 그러니 준비가 시원치 않았다 싶으면 그냥 구글께 빌지어다.추천 검색어 (Restuarant near me, Travel near me, parking near me, etc.)
핸드폰 사진을 찍을 때 정오의 햇볕이 얼굴의 그늘을 만들 때가 많다. 그럴 땐 주위 벽을 치고 나오는 빛을 반사판의 빛 삶아 찍었더니 늘 샤방한 그림이 나왔다. 이건 3년에 7만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터득한 노하우. 전문가에겐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유럽은 항해의 기술로 세계를 지배했었다. 이렇게 작은 마을을 연결하는 배가 전쟁하는 배가되고 그렇게 부유해진 국가들의 귀족들 혹은 부유한 이들의 쾌락을 충족할 멋들어진 요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 해안가에서 배를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여기서 다른 친케 테레까지 배로 이동도 가능하니 원하시는 분들은 시도해 보시길. 우리는 시도하지 않았으나, 이 친케 테레의 해안을 음미하면 항해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기 사진에서 보이는 곳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 5분정도 가면 절경이 있는 San Giorgio 교회에 다다르게 된다. 우리는 다음 일정이 있어 결국은 Castle Brown은 가보지 못했으나 시간과 체력이 된다면 거기까지 걸어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San Giorgio 교회가 주는 감흥은 새로웠다. 유럽에서 너무도 많은 웅장한 성당들을 보았다. 종교라는 가늠할 수 없는 힘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놀라운 건축물들 말이다. 그러나 가끔은 아주 작은 소박한 성당이 무언가를 압도하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규모가 해 줄 수 없는 그런 충실함과 자연과의 어울림이 마치 공진과 같은 증폭을 이뤄내는 것인지는 몰라도 가끔 이런 소박하고 작은 교회가 더 감동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예쁜다는 말이 모자라 또 숨겨둔 공대적 표현력이로 분위기를 흐린 점 사과한다. 그러나 그냥 이렇게라도 그 감동을 전하려 노력해 본다. 결국은 아래 영상이 다 이야기해 줄 것이지만.
풍경에 심취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보면 어느 덧 시간이 2시간이 가까워 질 것이다. 그렇게 한가로이 이 보석같은 포르토피노를 즐기다 보면 당연히 무언가 드셔야할 시간이 온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Travel mate께서는 먹는 것을 중시 하신다. 그리고 여기는 이탈리아 아니겠는가? 그럼 드셔야지.
결론은 젤라또는 어마어마했고, 바닷가 음식은 파스타를 제외하면 평균 수준이었다. 어쩌면 유럽에서 살명서 너무 고급져진 식성인지 모르겠으나 꼭 비싸다고 맛있는 것이 아니요, 꼭 멋진 식당이라고 맛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멋진 풍경에 맛까지 있으면 반칙이었을까 이들은 매우 정의로웠다. 뷰를 줬으니 맛은 이정도. 그래서 길게 논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맛보긴 쉽지 않은 이탈리언 수준은 확실하니 참지 못하겠다면 그냥 드시길.
말 그대로 고급스러운 항구인 포르토피노엔 갖가지 럭셔리 상품 상점과 편집샵들도 있다. 이 것들까지 나열했다간 책이 나올 것 같아서 간단히 줄인다. 나머지는 꼭 직접 가서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시길.
여기 포르토피노에서 반나절을 계획하신다면 적당히 아쉬움을 남기면서 떠나실 수 있고, 그 매력에 빠져서 그냥 눌러 앉고 싶으시다면 가급적 항구 깊숙히 다 걸어가 보시길 추천한다. 구글 이미지에서만 발견한 놀라운 광경이 너무 많았다. 아내가 속상해 할까봐 나만 봤다. 그래서 공유할 수 없음은 앙해 바란다.
혹시 이탈리아 남부 해변으로 신혼여행을 가신분들은 잘 아시겠으나, 절경 근처에 호텔들의 가격은 살인적이다. 성수기에 500유로 이하로 찾기란 쉽지 않은 정도고 쉽게 1,000유로를 넘어간다. 신혼여행이 아니라면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런데 친케 테레 근처 라팔로(Rapallo)라는 곳에 기막힌 호텔을 찾았다.
호텔의 전망은 역대 급이며, 호텔의 곳곳은 18세기 이전 그대로 박제해 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풍스럽고 멋스러웠다. 그 와중에 시설중 사람의 손이 많이 닿거나 룸 자체는 충분히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마무리해서 눈은 호사롭고 몸은 편안하다고 해야 맞다 싶다.
아쉽게도 지난 겨울 풍랑으로 보수중인 야외 수영장을 즐기지 못한 것이 여한으로 남겠으나, 이 핑계로 훗날 꼭 다시 오고 싶은 호텔이다. 식사도 훌륭하였고, 걸려있는 그림에서 사용한 실내등까지 무엇하나 떼어 놓으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상할 작품이라 할만 했다.
200유로 내외에서 예약하면 잘했다고 생각하면 되고, 혹시라도 조금 더 주더라도 충분한 가치를 내고도 남는 호텔이었다. 참고로 호텔에서 전동자전거도 빌려주니 즐겨보시길...
조식을 굳이 웃돈을 주고 방으로 주문했으나, 그냥 넓은 테라스의 식당에서 드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조식을 즐기는 대형 테라스도 그 풍모와 시원함이 남다르다.
파스타 종류를 제외하면 꼭 시도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진으로 담지는 않았으나 디저트가 예술이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어디를 가나 티라미수를 주문해 볼 것이고, 여기는 디저티 맛집인 것으로. 참고로 뇨끼는 먹어본 중 최고긴 하였다. 참고로 난 뇨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봄을 즐기는 여행은 시작되었다. 왜 Appetizer라고 했는 지 아해하겠는가? 잠들어 있던 영혼을 흔들어 깨우기 충분한 하나의 작품 같은 도시였고, 이로 인해 앞으로 방문할 친케 테레의 모든 마을들이 설레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