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 디자이너에서 AI 디자이너까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등장한지는 10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역할은 기술 발전, 기업의 성장, 시장 가치의 변화라는 실타래와 복잡하게 얽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시각적인 작업만 담당하던 디자이너들이 웹과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경험을 넘어 온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통합적 경험을 설계하게 되었고, 이제는 기업의 비즈니스 측면 까지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와 같이 이제는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디자이너는 더욱 전문적인 역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과거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를 집어 보며 AI 시대 디자이너의 미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GUI 디자이너: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아티스트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2000년대 초반, 포털 중심의 웹 서비스가 전 국민적으로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저는 대학을 졸업하며 웹 에이젼시 회사에 근무하면서 간단한 HTML 코딩과 함께 웹을 디자인 하였습니다. 이 당시 디자이너의 역할은 주로 시각적 인터페이스(GUI)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경영진에서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개발자들이 이를 구축하고 디자이너는 껍데기를 입히는 작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의 디자이너는 주로 시각적 표현을 강조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와 유사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시각적인 결과물만 담당했기 때문에 사실 회사에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웠고 연봉도 높지 않았습니다.
UI/UX 디자이너:
모바일 경험 설계자
애플에서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출시하면서 시장 환경은 폭발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개인화된 디바이스에서 본인이 사용하고 싶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인 웹이 아니라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많은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어플리케이션 중심으로 IT 생태계가 새롭게 재편이 되었습니다. 치열한 어플리케이션 경쟁 시장에서 고객을 얻기 위해서 기업들은 이제 사용자경험(UX)을 고려한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의 부사장 도널드 노먼이 UX Architect라는 직함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삼성과 LG, 네이버 같은 IT기반의 대기업 중심으로 UX/UI 조직이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UX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국내에 두 곳의 대학원에서만 UX/UI 디자인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국의 디자인 관련 대학에 UX/UI 전공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들 이제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 경험 전반을 고려하는 포괄적이고 맥락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연봉도 이전에 다른 디자인 직군 보다 많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경험 디자이너:
서비스/제품을 넘어 통합 경험의 설계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에 제공이 되면서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이 혼재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비스 디자인 분야가 정립되면서 이제 기업들은 어떻게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된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하게 되었고, 온라인 경험과 오프라인 경험을 통합하기 위한 시도 역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통합의 시대를 맞이하며 디자이너는 이제 경험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경험을 가치있고 일관성있게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경험 디자이너 역할 역시 개척하여 이를 디자인 부서의 정점에 배치하고 전략적 고객에게 최고의 통합 경험을 전달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이때 구체화된 직군 중 하나가 BX(Brand Experience) 디자이너입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하고 이를 모든 제품/서비스 경험에 녹여 내는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점차 확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 로고나 아이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회사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나아가야 할 비전과 전략까지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플러스엑스(PlusX) 같은 회사들이 창업이 되었고 선도적으로 많은 기업들에 BX 컨설팅과 디자인 작업을 수행하며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였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비즈니스 가치의 혁신가
최근 '디자인 중심 비즈니스'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시장은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이너에게 통합된 경험의 설계를 맡기면서 가장 주목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함과 동시에 회사에서도 경제적인 가치를 만드는 전략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둘을 따로 뗄 수가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 가치있는 경험과 함께 회사에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총괄 기획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직군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그래서 프로덕트 디자이너 더 이상 시각적 표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품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는 전략을 수립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노코드 도구들을 활용하여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수행하고 실제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효용 가치를 가질지에 대한 부분들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더 고차원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더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AI와 함께 작업하는
미래 디자이너: AI 디자이너
디자이너 역할의 발전사를 되돌아보면 실행자에서 의사결정자로, 심미적인 영역에서 비즈니스 영역으로, 국소적인 전문분야에서 통합적 경험 분야로 확대된 여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시대에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특별히 생성 AI의 등장은 디자인 생태계에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고,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텍스트 생성 AI들은 디자인에 필요한 리서치, 컨셉 도출, 시나리오 개발 등의 작업을 대신 수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필요한 이미지/영상 소스들을 생성해주는 AI들의 퀄리티는 인간의 학습과 제작 속도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UI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특정 영역을 책임지는 AI 도구들도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UX/UI 디자인 시장 역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디자이너들은 생성 AI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추어 AI와 함께 작업하는 미래 디자이너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야 합니다.
이 디자이너의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지난 2년 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 디자이너를 AI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이 됩니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디자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학습을 시키고,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얻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들에게 새롭게 요청 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과 함께 작업하는 AI 디자이너들을 통해서 이제 디자인 생태계는 한 단계 더 발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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