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드 구조를 활용한 AI Workflow 디자인의 시대

by 유훈식 교수
패러다임의 전환:
캔버스에서 노드구조로

전통적인 디자인 툴은 대부분 '캔버스' 메타포를 따랐다. 디자이너는 하얀 화면 위에 요소를 배치하고, 색을 입히고, 형태를 변형했다. 이 과정은 직관적이지만 본질적으로 선형적(Linear)이다. 즉, 최종 결과물에서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려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 수동으로 작업(Undo/Redo)을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노드(Node) 기반의 시스템은 '데이터의 흐름(Flow)'을 시각화하는 그래프 구조를 취한다.

16866487146488378a17e395.35067518.png?q=85&w=1680

입력값(Input)이 있고, 이를 처리하는 노드(Process)들이 연결선(Wire)으로 이어져 있으며, 최종적으로 결과물(Output)이 도출된다. 노드 기반 시스템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디자인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레시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한 번 잘 짜인 노드 구조(워크플로우)는 입력값만 바꾸면 무한히 다른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 머신(Design Machine)'이 된다.

image-9.png
노드 구조의
업무 자동화 서비스들

Make(구 Integromat)는 수백~수천 개의 앱을 노코드로 연결해, 데이터 동기화·알림·백오피스 업무·AI 파이프라인 등을 자동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사용자는 ‘시나리오(Scenario)’라는 캔버스에서 여러 모듈(앱, API, 함수)을 마인드맵처럼 배치해 복잡한 분기와 반복 처리를 설계할 수 있다.

68b8646c7bccc31ccf9ed0aa_make-scenario.jpg

장점: 시각적인 시나리오 빌더를 통해 트리거 이후 여러 액션을 병렬·분기·루프로 구성할 수 있어,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한 화면에서 설계·디버깅하기 쉽다. 또한 강력한 로직·제어 기능: 조건문, 루프, 라우터(분기), 변수, 에러 핸들링 등을 제공해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꽤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할 수 있다.

단점은 높은 학습 곡선이 있다는 점이다. 시각적 캔버스와 라우터·에러 처리 등 개념이 많아, 완전 초보자가 입문하기에는 Zapier보다 난이도가 높다. 성능·복잡도 관리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매우 복잡한 시나리오는 유지보수와 디버깅이 어려워질 수 있고, 실행 이력 관리 및 최적화를 신경 쓰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퍼레이션 소모가 발생한다.


반면 n8n은 노드 기반의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오픈소스 자동화 툴로, 개발자 친화적인 유연성과 강력한 제어권을 제공한다. 특히 자체 호스팅(Self-hosting)이 가능하여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기업이나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는 팀에게 각광받고 있다.

n8n-workflow-sample.png?w=1100&fit=max&auto=format&n=mDnOYJMdf2BWnkdI&q=85&s=1052989bfe8e2a168dfd30072e2ba1c6

워크플로우 중심의 과금: 실행 횟수(Execution) 기반의 과금 모델(클라우드 버전) 혹은 무료(자체 호스팅) 정책을 통해 대규모 자동화에 유리하다.

심층적인 AI 통합: 랭체인(LangChain)과 같은 최신 AI 프레임워크를 노드로 직접 지원하여, 단순한 API 호출을 넘어선 'AI 에이전트' 구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스크립트를 추출하고, 내용을 요약하여 링크드인 포스트를 작성하고, 관련 썸네일 이미지를 생성하여 업로드하는 복잡한 시퀀스를 하나의 n8n 워크플로우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노드구조의 초기버전:
오픈소스 기반의 ComfyUI 생태계

ComfyUI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비롯한 다양한 오픈형 생성 모델을 노드 그래프 인터페이스로 구성하여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ComfyUI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모듈성(Modularity)이다. 사용자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든 수천 개의 커스텀 노드(Custom Node)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여 자신만의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화풍을 학습한 LoRA 모델을 적용하고, ControlNet을 사용하여 인물의 포즈를 뼈대(Skeleton) 수준에서 고정하며, AnimateDiff를 통해 정지 이미지를 영상으로 변환한 뒤, 다시 Upscaler를 통해 해상도를 4K로 높이는 전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회로도처럼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도는 필연적으로 높은 진입 장벽과 복잡성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custom-node-for-comfyui-comfy-easy-padding-v0-q9zufwwd10mb1.png?width=1200&format=png&auto=webp&s=807daf5efa3dca28c7bd820421aeca5db12caff7

복잡한 초기 설정 (Complex Setup): Flux와 같은 최신 모델을 사용하려면 거대한 JSON 워크플로우 파일을 불러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모델 파일이나 커스텀 노드가 하나라도 누락되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의존성 문제 (Dependency Hell): 파이썬(Python) 기반의 환경 설정, CUDA 버전 호환성 등 개발자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초보 디자이너에게는 '에러 메시지와의 싸움'이 될 수 있다.

리소스 최적화 (Resource Optimization): 복잡한 노드 그래프는 막대한 VRAM을 소모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eaCache와 같은 캐싱 기술이나, FluxContinuumModelRouter와 같은 지능형 리소스 할당 노드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다.

피그마의 위비(Weavy) 인수
거대 플랫폼의 전략적 이동

피그마의 위비(Weavy) 인수는 피그마가 '창작의 본질'에 집중하며 비디오 및 모션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기존 피그마는 정적인 UI/UX 디자인에 강점이 있었으나, 비디오 편집이나 복잡한 이미지 합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위비의 인수는 피그마 생태계에 강력한 '생성형 미디어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어도비의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나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는 잠재력을 부여했다.

234.png

새롭게 리브랜딩 된 'Figma Weave'는 현재 시장에 범람하는 AI 툴들과 명확한 철학적 차별점을 둔다. 딜런 필드(Dylan Field) 피그마 CEO는 기존의 AI 툴들이 "무언가를 빨리 만들어내고 끝내는 것(Generate fast, ship it)"에 최적화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AI 슬롭(Slop: 저품질의 대량 생산물)"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Figma Weave는 "첫 번째 프롬프트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창작의 출발점"이라는 '예술적 지능(Artistic Intelligence)' 철학을 표방한다. 이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디자이너가 노드 단위로 분해(Unbundle)하고, 리믹스(Remix)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달성된다.

CleanShot-2025-08-07-at-21.46.46@2x.png

멀티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Multi-Model Orchestration): 단일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Sora(비디오), Veo, Flux(이미지), Ideogram(타이포그래피) 등 최첨단 AI 모델들을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자유롭게 혼합(Blend)하여 사용할 수 있다.7 사용자는 각 모델의 장점만을 취하여 최상의 결과를 조합할 수 있다.

노드 기반 비선형 편집 (Node-based Non-linear Editing): 생성된 미디어는 고정된 픽셀이 아니라, 언제든 파라미터를 수정할 수 있는 '가변적 노드'로 존재한다. 타임라인 기반이 아닌 노드 그래프 기반의 편집을 통해, 영상의 특정 구간이나 이미지의 특정 레이어만을 선택적으로 재생성하거나 스타일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문가 수준의 프롬프트 제어 (Pro Editing with Prompts): 단순한 텍스트 묘사를 넘어, 조명(Lighting), 색상 그레이딩(Color Grading), 카메라 앵글(Camera Angle)과 같은 전문적인 영화적 기법을 자연어와 결합된 파라미터로 제어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이너의 기술적 의도와 AI의 생성 능력을 정밀하게 매핑한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상(像)
AI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과거의 디자이너가 픽셀 하나하나를 다듬는 장인(Craftsman)이었다면,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혹은 시스템 아키텍트(System Architect)로 정의된다. 딜로이트(Deloitte)의 보고서가 언급했듯, 미래의 업무 환경에서 인간은 AI라는 다양한 악기들이 불협화음 없이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다.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가(Drawing Skills)"는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아니다. 대신 "얼마나 의도를 명확히 정의하고, AI 에이전트들의 작업 흐름을 설계하여 원하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하는가"가 핵심 능력이 된다. 이는 디자이너가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를 넘어 알고리즘적 사고(Algorithmic Thinking)를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은 단순히 여러 AI 툴을 사용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아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고도화된 세부 역량을 포함한다.

1748369458066?e=2147483647&v=beta&t=-_irKxJ4-KKbLPLz6tSxi3So5UrLXAOaKvd3UNNZrFU

AI 시스템 유창성 (AI Systems Fluency): LLM(언어 모델), Diffusion(이미지 생성), Video Gen(영상 생성) 등 다양한 모델의 특성, 한계, 편향성을 깊이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모델 조합을 설계하는 능력.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Process Engineering): 인간의 창의적 개입이 필요한 지점(Human-in-the-loop)과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지점을 구분하여, 전체 워크플로우의 병목을 제거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

도메인 번역 능력 (Domain Translation): 추상적인 디자인 컨셉이나 브랜드 철학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프롬프트, 혹은 파라미터 값으로 정교하게 변환하는 능력.

거버넌스 및 윤리 설계 (Governance Design): 생성된 결과물의 저작권 이슈, 데이터 프라이버시, 윤리적 편향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시스템 내에 심는 능력.


디자인 산업은 지금 노드 구조라는 새로운 문법을 통해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길들이고 있다. 피그마의 위비 인수는 이 변화가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ComfyUI와 Flux의 실험은 그 가능성의 끝을 탐색하고 있다. 또한 n8n과 같은 자동화 도구는 디자인을 고립된 섬에서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대의 디자이너는 붓 대신 노드를 잡고, 캔버스 대신 무한한 그래프 위에서 창의성을 펼친다. 그들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의 흐름을 설계하고, 서로 다른 지능(AI Models)을 연결하며, 사용자 경험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AI오케스트레이션을 학습하고 AI 에이전트 기반의 디자인 작업을 마스터하고 싶다면?

v31b70e1929a6c042c413191f050714ed0.png

https://onoffmix.com/ch/aidesign

AI를 활용하는 UXUI 디자이너들과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고 싶다면?

https://litt.ly/aidesign

AI를 활용한 UX/UI 디자인을 책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8121780https://onoffmix.com/event/334581https://onoffmix.com/event/334581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8121780https://onoffmix.com/event/334581https://onoffmix.com/event/33458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 시대, 디자이너에게 피그마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