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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똥가리 Dec 27. 2021

뜻밖의 새벽을 밝히고 있다.

잠은 왜 이렇게 이상할까?

잠을 잘 때면 숨소리가 너무 작아 나의 모친이 생사를 확인하곤 했다.

지독한 야행성에 몽상이 많아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기 일쑤였던 탓에 죽은 듯이 잤다.

바닥에 누우면 방이 나인지 내가 방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꿈은 늘 3편 가량의 단막 드라마가 짬뽕이 된 옴니버스 형태였다.

한참을 꿈속을 헤매다 인기척에 깨어나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던 것은 모친의 시선 탓.

방문을 잠그고 잤을 때는 엄마가 창문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기괴한 행태까지 일삼을만큼 그렇게 죽은 듯이 잤다.




그런데, 요즘은 10시에 잔다. 미친듯 몰려오는 수면의 쓰나미에 백기를 흔들며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그리고 3시30분에 깨어난다. 절대로 아침까지 잘 수가 없다.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새벽에 깨어나서 멀뚱멀뚱 침대에서 뒤척이다 생각들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그냥 일어난다. 책을 뒤적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사뭇 유명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불가능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하듯 감탄했던 내가 이 새벽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그들과 다르게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다. 일상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앞으로'라는 시간에 대한 고민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은퇴 비스무리한 선택을 한 후 3년이 지났다. 그 중의 2년은 코로나가 함께 하고 있다. 징그러운 녀석이다. 그 와중에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느림보 거북이처럼 미련하게 버티며 살고 있다. 아주 끈질기게 천천히. 그러다 문득 그런 일이 있긴 한 건가? 의심이 들 때면 토네이도 같은 공허가 내 마음을 휩쓸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엔 살아낼 것이지만 참 난감하기도 하다.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1년을 떠올리지 못하고 달력을 확인했다. 깜박하고 산만하지만 그래도  해는 열심히 살았다고 칭찬을 조금 해줌다.

정확히 말해 열심히 공부를 했다. 퍼내고 끄집어 내고 소모하며 살았던 지능의 고갈을 극심하게 느끼고 올 해는 생각해본 모든  배웠다. 컴퓨터 프로그램 미술 음악 한국사 국어 등등등. 등등등에는  자잘하게 많은 것들이 있다.

열심히 살았다. 심지어 마지막 날은 백신 3 접종까지 예약해뒀다. 일부러 맞췄다. 뭐라도    일은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엉뚱한 곳에 쏟아붓는 격이다.  

불과 1년 동안 해낸 모든 일들에 대해 나에 대해 심심한 격려를 전하면서 내년엔 제2의 천직을 찾아낼 결심을 해보고 있다.




내년엔 뭘할까? 모두가 계획이 있을까?

이상하게도 2020년에서 멈춰버린 시간을 살고 있어서 나이를 잊기도 한다.

내년은 2022년. 몇살이 되지? 연산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종종이다.

나이를 잊고 싶은 마음인가? 무감각의 전형인가? 그런다도 세월을 비껴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년에도 여전히 새벽에 깨어나는 일을 거듭한다면 드디어 소설을 한 편 써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구상은 벌써 끝났다.

뜻밖의 새벽.

뜻밖의 글쓰기.

뜻밖의 인생.

으쓱. 계획한 대로 될 지는 모르겠으나 행동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해볼 수 있겠지.

두려움이나 공허를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그렇게 다음 해도 맞이하길 바라며

꿈을 꾸러 가야겠다.


브런치 함께하는 모든 분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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